-엄 이사, 지난 1월 이어 또 다시 ‘품새 정식종목’ 당위성 주장
-양진방 회장 “우선 올해 시범종목 잘 치러보고…” 미온적 입장
-10월 품지회 대회에서 ‘품새 정식종목화’ 서명운동 전개할 듯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전국체전에 태권도 품새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품새는 지난 2021년 경북 영천에서 열린 전국체전부터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올해 전남 장흥에서 열리는 전국체전까지 3회 연속 시범종목으로 치러진다.
이 같은 흐름과 관련, 품새 지도자들과 선수들은 “시범종목 꼬리표를 떼고 내년에는 정식종목이 돼야 한다”며 힘을 모으고 있다. 품새실업팀 창단 붐 조성과 품새 선수들의 진로(일자리) 확대, 도장 활성화 차원에서 품새 정식종목 채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
‘품새 정식종목화’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 중에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엄재영 대한태권도협회(KTA) 이사다. 한국 품새 대표선수로 활동한 그는 지난 1월에 열린 KTA 제1차 이사회에서 양진방 회장에게 “품새는 언제 전국체전에서 정식종목이 되는냐”고 질의한 데 이어, 9월 13일 열린 이사회에서 7분 동안 품새 정식종목화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엄 이사는 “1시간 30분 동안 이사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품새에 대한 이야기는 5분도 안 나온 것 같다. 전국체전 품새 정식종목 채택에 대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며칠 동안 준비해온 결과물을 꺼내들었다. 그는 “품새 정식종목 채택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봤다”며 “전국에 있는 태권도장 관장들에게 여론조사 설문지를 돌린 지 7시간 만에 1,163명이 응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품새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들어가야 하나 △전국체전에 품새가 정식종목으로 채택이 되면 도장 운영에 도움이 되나 △품새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등 각 질문 항목에 대한 응답 결과를 분석해 설명했다.
여론조사 응답 결과를 보면 △품새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들어가야 하나=‘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것을 합치면 88.5% △전국체전에 품새가 정식종목으로 채택이 되면 도장 운영에 도움이 되나=‘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것을 합치면 77.8%로 나타났다.
엄 이사는 “이러한 응답 결과는 KTA 도장지원사업부도 잘 들어야 하는 내용이다. 이 수치는 도장지원사업부가 지금까지 도장 사업 만족도 조사에서도 나타나지 않은 수치라고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전국체전에 품새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 어떤 선순환 구조가 있느냐면, 우선 각 시도협회에서 품새에 관심을 갖게 되고, 각 시도체육회에서 품새를 지원을 하게 된다. 품새 선수들을 찾기 위해 물색을 하게 될 텐데, 품새는 대부분 도장에서 선수들을 키우고 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도장 활성화가 이뤄지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이사는 “올해 품새가 전국체전 시범종목을 하면 3번이 된다. 올해 시범종목을 하고 나면 결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면서 “품새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서 TF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엄 이사의 발언이 끝나자 한국 품새대표 선수로 활동한 송남정 KTA 이사는 “세계품새선수권대회와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아시안게임에 품새가 정식종목으로 들어가 있는데도, 국내 전국체전에서는 3년 동안 시범종목”이라며 “각 시도마다 품새 선수층이 달라 고려해볼 부분이 있지만, KTA가 노력해서 품새가 정식종목이 되면 품새 선수가 늘어나는 등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진방 회장은 지난 1월 이사회에 이어 또 다시 미온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전국체전 품새 정식종목 채택은 KTA 이사회에서 의결할 사안이 아니다. 대한체육회가 결정해야 한다. 또 예산 지원 등 각 시도체육회마다 입장도 민감하다”며 “우선 올해 전국체전 시범종목을 잘 치러낸 후 논의하자”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품새지도자협의회(회장 최동훈, 품지회)가 강원도 평창에서 주최하는 ‘2023 품새지도자협의회장배 전국태권도대회’에서 품새 정식종목 채택을 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