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 때부터 성적 저조, ‘최악’ 꼬리표 따라 다녀
항저우 AG에서도 대표팀 부진하면 ‘리더십 위태’
대한태권도협회(KTA) 양진방 회장 체제가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위태로운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양 회장을 응원했던 사람들도 “기대한 만큼 회장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등을 돌릴 정도다.
최근 업무방해와 배임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그의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 중에서 눈앞에 놓인 것은 24일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AG)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계속되는 세계 대회 수모
양 회장은 큰 규모의 세계 대회와는 ‘인연’이 좋지 않다. 전무이사(사무총장)를 할 때부터 그랬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1년 경주 세계선수권대회. 한국 남자대표팀은 광저우 AG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남녀 12체급에서 금메달 4개만 획득하는 졸전을 벌였다. 남자팀은 이란의 파상 공격에 굴욕적인 경기력을 보였고, 여자팀은 중국에게 덜미가 잡혀 2위로 주저앉았다. 지난 2009년 코펜하겐 세계대회에 이어 종합 1위를 중국에서 내줬다.
2011년 5월, 경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는 양 전무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키며 사퇴 파동으로 이어졌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종합우승을 내주는 등 최악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금메달 1개 획득하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이냐”는 조롱이 쏟아졌다.
이처럼 전무 시절, 세계 대회와 ‘악연’이었던 그는 회장이 되어서도 악연의 고리를 풀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되어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1개의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는 초유의 일이 생길 때만 해도, 양 회장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제법 있었다. 2021년 1월부터 회장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도쿄올림픽 ‘노골드’ 문제의 책임을 양 회장에게 떠 남겨선 안 된다는 여론에 힘이 실었던 것이다.
하지만 2022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가 노골드(은메달 1개 획득)를 한 데 이어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가 단 1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하며 19위로 추락하자 여론이 냉랭해졌다.
비난의 화살이 양 회장에게 쏠렸다. “대한태권도협회는 경기단체인데, 회장으로서 무엇을 했느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겨루기 선수 출신의 태권도인들은 험악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자 선수들이 노메달을 획득하는 등 최악의 성적을 거뒀는데, 왜 회장은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공식 입장도 발표하지 않느냐”며 혀를 찼다. 남자부가 4회 연속 종합우승을 했지만, 최악의 성적을 거둔 여자부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양 회장이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했고, 지난 5월 대표팀 결단식에서는 대표 선수들에게 투지와 근성, 강한 멘탈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성과(실적)’로 나타나지 않았다.
#항저우 AG, 겨루기 성적 주목
지난 9월 13일 열린 KTA 이사회에서 김세혁 부회장은 작심한 듯 대표팀의 경기력을 문제 삼았다. 특히 여자 선수들의 극심한 부진을 언급하며 정문용 사무총장을 겨냥해 “이것은 회장님이 할 일이 아니다. 전문가인 사무총장이 해야 한다”며 “경기력향상위원회와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모여 전략 전술을 짜는 워크숍을 하라”고 말했다. 옆에 앉아 있는 양 회장을 직격하지 않았지만 양 회장을 에둘러 꼬집은 말로도 읽혔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난 18일 오후, 시도협회 회장들이 항저우 AG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을 격려하기 위해 진천선수촌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양 회장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이젠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선수들은 어떤 코치가 자기 세컨드를 보는지 알고 있고, 어떤 선수와 붙는지도 알고 있는 만큼 상대 선수들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큰 경기에서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보다) 더 긴장해서 몸이 굳어지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항저우 AG에서 한국대표팀이 어떤 성적표를 들고 귀국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