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방 강독반(講讀班)’은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무예의 이론과 실제, 역사를 통해 맨손무예의 발자취를 해석하고, 나아가 태권도와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순수 공부 모임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4∼5강까지 하려고 생각했는데 8강까지 왔습니다. 어렵고 지루하고 난해한 이야기를 앉아서 2∼3시간 들어주는 여러분들의 성의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난 11월 24일 오후 5시 35분, 경기도 고양관광정보센터 회의실. 이날 양진방 학자는 ‘양진방과 함께 하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강독반’을 마치며 이 같이 말한 뒤, 수강생들을 향해 “감사했고 즐거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양진방 강독반(講讀班)’은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무예의 이론과 실제, 역사를 통해 맨손무예의 발자취를 해석하고, 나아가 태권도와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공부 모임이었다.
당시 용인대 태권도학과에서 정년퇴직한 그는 강독반을 만들어 후진들과 주기적으로 관련 자료를 풀이하고 토론해 ‘무예 인문학’의 새로운 장(章)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재는 『무예도보통지주해(武藝圖譜通志註解)』를 선택했지만, 명나라 장군 척계광이 지은 병서(兵書) 『기효신서(紀效新書』(1560)와 『무예제보(武藝諸譜』(1598), 『권보(拳譜)』(1604), 『무예제보번역속집(武藝諸譜飜譯續集』(1610),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1790)를 인용하고 재해석해 맨손무예와 태권도의 개념과 의미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강연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어렵다. 애당초 관련 내용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좀처럼 알아들을 수도 없다. 선조실록과 무예 관련 고서에 나오는 중의(重義)의 한자와 난해한 내용은 강독반 회원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긴 호흡 속에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모임을 이어갔다.
강독반 모임은 ‘순수한 공부모임’을 지향했다. 따라서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신분으로 강연하는 것이 아닌, 무예연구 권위자로서 또는 학자로서 강연을 이어갔다.
하지만 KTA 회장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추측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치성’을 띠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수강생들은 주로 태권도 사범과 대학원생, 지도자, 강사, 교수, 무예 관련 단체의 임원, 기자 등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도 있다 보니, 이러한 추측이 호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7개월 동안 ‘양진방 강독반’이 진행되면서 정치·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오간 적이 없었다. 뒤풀이 회식 장소에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염려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옥의 티는 있었다. 강독반 초창기, 장소를 구하지 못해 KTA 회의실에서 대수롭지 않게 한 번 한 것은 부적절했다. 그 후 강연은 대학교 강의실에서 진행됐지만 아쉬운 대목이었다.
KTA 회장선거를 앞두고, 또 그가 연임에 도전한 현실 속에서 강독반을 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비판도 있지만, 일정상 ‘양진방 강독반’은 11월 안에 막을 내려야 하는 흐름이었다. 분명한 것은 일부 사람들의 시선과는 달리 ‘정치·선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
‘무예 인문학’의 새로운 장(章)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양진방 강독반’이 ‘시즌 2’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