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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한숨 깊어지는 일선 태권도장
국내 일선 태권도장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지도자(관장)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저출생 여파와 경기 불황 속에 포화상태가 된 도장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어렵게 넘겼지만 여러 사회 요인이 겹쳐 수련생이 급감하면서 벼랑 끝에 서 있는 도장들이 눈에 띌 정도다.

통계 자료를 보면, 위기에 놓인 도장의 지표를 여실히 알 수 있다. 대한태권도협회(KTA) 통계 자료(2023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등록도장(회원)은 2022년 10,029개소였지만 지난해 9,675개소로 354개소가 줄었다.

택지개발에 따라 신도시가 들어선 경기도와 세종시 등은 약간 늘어났지만, 서울·부산·경북·대구·대전·광주·전남 등 대다수 지역은 전반적으로 도장이 폐업했다.

특히 경북은 2022년 688개소에서 지난해 494개소로 가장 많이 급감했다. 이에 대해 경북태권도협회 핵심 임원은 “경북은 폐업한 도장을 조사해 그 때 그 때 현황에 반영하지만 다른 시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폐업한 도장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KTA 등록도장에 여전히 포함되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폐업하는 도장 갈수록 늘어갈 듯 
앞으로 폐업하는 도장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동구의 A도장은 올해 신입 수련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A도장 관장은 “도장이 초등학교 앞에 있는데, 1학년 입학생이 15명도 안 된다. 그 입학생들이 모두 태권도를 배우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탄식했다.

대구의 한 관장은 “예전에는 도장이 좀 어려워도 웃으면서 말하는 관장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진짜 도장이 어려워서 한숨짓는 관장들이 많다. 도장 경영이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도장 경영이 어렵다 보니, 도장 문을 아예 닫거나 배달을 하고 택시 운전을 하는 등 ‘투잡(Two Job)’을 하는 관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앞으로 도장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태권도 수련생의 약 90%가 10세 전후 초등학교 어린이들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출생아 추이와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를 놓고 보면 도장의 앞날은 암울하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초등학생 1학년 학생 수는 47만 명이었지만 저출생 여파로 갈수록 줄어들어 올해는 30만 명, 2026년에는 20만 명 정도를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신생아 감소로 어린이들이 줄어 2028년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아 30% 이상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따라서 어린이 편중 현상이 뚜렷한 도장도 폐업하거나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는 도장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전 KTA 도장사업부 실무자는 국내 태권도장의 평균 수련생을 70명 정도로 예측했다. 하지만 저출생, 경기침제, 정부의 늘봄학교 운영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도장 평균 수련생은 “70명 이하”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큰 도시를 중심으로 150명 이상의 수련생을 확보한 도장도 적지 않지만, 수련생 50명 전후의 도장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태권도협회 2023년도 수지결산 자료

#태권도 제도권, 도장지원 정책은? 
이런 가운데, KTA는 지난해 사업예산(113억 8천만 원) 중에서 도장지원사업비로 1억 3천만 원을 집행해 비판을 받았다. 도장(수련생)이 낸 심사수수료는 20억 원이 넘는데, 도장지원사업비로 1억 3천만 원을 썼다는 공분이 이어졌다.

KTA는 내년에 다시 도장경진대회를 부활하고 도장경영과 태권도 지도와 관련된 새로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 기업은행 후원금(3년, 매년 4억 원) 중 도장지업사업에 8천만 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손성도 KTA 이사는 11월 7일 열린 이사회에서 어려운 도장의 현실을 설명하며 “KTA가 도장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문용 KTA 사무총장은 “KTA에서 노력하겠지만, 정부기관인 태권도진흥재단에서 많은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장 지원을 위한 태권도 홍보방송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11월 7일 열린 대한태권도협회 이사회에서 손성도 이사(왼쪽)과 정문용 사무총장이 도장지원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편 국기원이 도장진흥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어 일선 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