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패착에 공약 실천도 미비, “해외 출장가려고 회장 했나”
-직무 수행 낙제점 면해, 회장 연임설에 “무슨 염치로 또…”
-의도치 않게 ‘회장 놀이’에 빠졌다면, 남은 1년 본모습 보여야
-‘회장 연임설’ 나오는 이유는 경쟁력 갖춘 ‘대안인물’ 없는 탓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3년 전 오늘, 2020년 12월 17일은 양진방 회장이 제29대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에 당선된 날이다. 당시 득표율은 약 63%. 192명 선거인단 중 190명이 투표한 가운데 120표를 얻어 상대 후보들을 여유 있게 제치고 당선됐다.
당시 그는 당선 소감에서 “큰 지지를 무겁고 겸허하게 받아 들이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12년 KTA 사무총장 임기를 모두 채우고 떠난 후) 8년 만에 다시 돌아오면서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녹여나갈지 마음이 무겁다. K-태권도 원팀이 되어 인사 구성부터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 예산 조정과 구조 조정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데도 힘쓰겠다. 태권도계를 단합시키고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양 회장은 회장직 수행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가 내건 공약은 어느 정도 진척이 있을까. 꼼꼼히 따져보자.
#3년 동안 회장직 수행과 공약 실행은 몇 점?
양 회장은 2021년 1월, 첫 이사회에 이어 정기대의원총회에서 KTA-17개 시도태권도협회-5개 연맹체의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 동안 종주국 태권도는 새로운 발전을 만들어 내지 못해 박스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과거처럼 전 세계가 종주국 태권도를 쳐다보며 따라하는 표준의 시절이 지나갔다”며, 실무자 회의와 회장단 간담회를 주기적으로 가져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해 7월에는 무주 태권도원에서 시도협회 회장들과의 첫 간담회를 가졌다. 대한태권도협회와 시도협회 간의 정관 개정과 일치화, 심사시행제도 개선, 도장지원사업 추진 등 민감한 현안이 놓여 있었다. 이날 양 회장은 “(현안은) 회장 혼자서 할 수도 없고, 시도협회가 개별적으로 할 수도 없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 시도협회 3자 간에 합의를 해야 한다. 한 단계 올라가는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태권도 경기장 경량화 추진 △큰 규모 대회 결승전 2코트 시행 △MBC-기후재단과 업무협약 체결 △태권도진흥재단과 태권도장 활성화 광고 제작 △승품·단 심사제도 및 시행방안 개선 추진 △겨루기 경기 발전 모색 토론회 개최 △KTA 회원 확대 정관에 반영 등을 추진했다.
그렇다면 3년 전, 회장에 출마할 때 그가 내건 공약을 보자.
공약은 크게 경기 공약과 도장 공약으로 분류할 수 있다. 총 12개의 공약을 살펴보면, KTA가 경기단체라는 본연의 기능과 약 1만 개소의 회원도장을 지원하고 대변해야 한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이는 경기와 도장, 양쪽의 표밭을 골고루 공략하겠다는 셈법이다. 그리고 시대 흐름과 국가 정책에 따른 생활체육 태권도 활성화와 태권도계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하는 심사제도 개선도 들어가 있다.
그동안 양 회장은 공약을 실행하려고 노력했고, 회장으로서 권한과 기능도 발휘했다. 코로나-19 기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을 지원 받아 관람형 파워태권도를 추진했고,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와 품새선수권대회 춘천 유치, 전자호구 성능 개량 및 공인 전자호구 확대, 겨루기 수련 지도 프로그램 개발, 국기원과 심사시행제도 개선 협의, 교육부와 늘봄학교 지원 업무협약, 동승보호자 탑승제도 보완, 겨루기 국제경쟁력강화 등을 추진했다.
다만 의욕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도장지원강화를 위한 기구 확대와 제도 정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태권도장 교육·산업박람회와 도장경진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지 못한 것은 오점으로 남게 됐다. 익히 알다시피 ‘인사(人事)’ 패착은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으니 재차 논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경기 지도자들과 회원 도장의 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 것이 무엇이냐는 것. 경기와 도장 공약 중 시간이 지나면서 추진하는 시늉만 하다가 접은 것도 있고, 폐기된 공약도 있다. 정치판에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라는 말이 떠돌지만 실행률은 형편없다. 100% 완성한 공약은 없을지라도 가시적인 성과나 진척이 있는 공약은 여러 가지 있어야 하는데, 눈에 띄게 도드라진 것이 거의 없다.
이처럼 3년 재임 기간에 양 회장이 보여준 직무 수행과 공약 실천 의지는 그가 지니고 있는 명성과 역량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이해관계와 정치성향, 또 호불호에 따라 양 회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지만,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도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실수도 하고 패착도 범한다. 하지만 역대 회장에 견줘 ‘정무능력’이 뛰어난 그가 중립을 지키지 않고 대놓고 국기원장 선거에 개입하고, 그를 지지했던 시도 토호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충우돌하거나 얽매여 있는 듯한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다부진 의욕을 보였던 국가대표 대표팀(겨루기)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미궁인 상황에서, 계속 이어지는 세계대회 졸전과 참패에 대해 회장으로서 입장문을 내거나 공식 사과를 한 적이 없어 겨루기 경기인 출신들의 화를 돋웠다.
#남은 임기 1년, 어떻게 마무리할까…연임 도전은?
현재 1년 임기를 남겨 놓은 양 회장의 지지도는 몇 %가 될까. 여론조사를 해보면 정확히 알겠지만, 확실한 것은 3년 전 당선될 때의 득표율과 지지도보다는 현격하게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 부분은 양 회장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회장직 수행을 기대한 만큼 못했다.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양 회장이 의도치 않게 ‘회장 놀이’의 늪에 빠져 쉽게 회장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하고, 세계태권도연맹과 아시아태권도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해외 출장을 가는 것에 대해 또 다른 정치 야욕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양 회장의 ‘연임 여부’에 쏠리고 있다. 양 회장은 공식적으로 한 번 더 회장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연임을 둘러싼 조짐은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연임 여부’는 태권도 제도권의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외 제도권 정세와 양 회장의 처지를 봤을 때, 그의 연임 도전은 확실해 보인다. 이에 대해 KTA의 A이사는 “내년 여름이 지나면 양 회장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연임 도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다.
양 회장의 보여준 그동안의 행적과 앞으로 지향점을 감안하면, 연임 말고는 그의 위상에 맞게 기대고 있을 만한 제도권의 ‘자리’가 없다. 2025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면 나이 제한(70세)에 걸려 2029년에는 출마하지도 못하고, 호시탐탐 노렸던 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1년 후, 2024년 12월에 치러지는 제30대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선거에 그가 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니,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제도권을 떠나 재야에 묻혀 학자로 살며 유유자적할 그가 아니다.
이를 두고 줄곧 그를 비판해온 쪽은 “3년 동안 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했는데, 무슨 염치로 또 나오냐”고 비판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차기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하든, 아니면 선거인단 수를 대폭 늘려 하든 양 회장의 조직력과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물론 그를 이길 수 있다며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김세혁 연수원장도 있지만.
이처럼 특별한 ‘대안 인물’과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양 회장의 연임 도전은 급물살을 탈 것이고, 3년 전 29대 선거처럼 압도적인 득표는 못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양 회장은 남은 임기 1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그리고 그의 연임을 저지할 수 있는 인물(후보)은 누구일까. 주사위는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