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도협회 실무자들이 대한태권도협회 생활체육위원회의 모습. 실무자협의회는 본 안건이 끝난 뒤 부정단증발급 관련 인사를 제명한 것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국기원의 '무리한' 징계를 지적하며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 재판부(판사 박범석, 신동웅, 조정용)는 지난 21일 김평 경기도태권도협회 전무이사가 국기원을 상대로 낸 ‘제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김 전무이사에 대한 국기원이 2023년 4월 5일 결정한 ‘제명처분’의 효력은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정지된다.
법원이 김평 전무이사의 ‘제명처분’을 정지하면서, 국기원 결정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면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전무이사의 제명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종합하면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징계시효가 도과한 것으로서 제명처분은 무효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와 관련해 이미 자격정지 1년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만큼 재차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국기원이 김 전무에 대한 제명처분 근거로 삼았던 대부분의 사유가 징계시효가 도과하였거나 규정적용이 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전무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는 점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로 인해 김 전무의 모든 지위와 자격을 상실하고 국기원의 모든 행사와 승품·단 등 각종 자격이 말소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 점으로 비추어볼 때 이 사건의 신청은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국기원은 지난 4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김평 경기도태권도협회 전무이사를 2012년부터 2017년 사이에 ID를 부정사용, 승품·승단 심사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제명했다. 국기원의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평 전 전무이사는 징계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이 사건에 대해 본지는 지난 4월10일 이동섭 국기원 원장의 불안한 ‘마이웨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냈다. 시도협회는 대결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관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징계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고 해서 김 전무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아직 본안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국기원과 김평 전무이사(경기도태권도협회, 17개 시도협회 실무자협의회) 측간의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반목과 갈등이 심화되고 증오감이 증폭되지는 않을 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언제부턴가 태권도가 징계와 소송으로 점철돼버렸다. 태권도 질적 향상을 위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가족들 간의 일어나는 일들이라 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건들은 발생한다. 때문에 앞으로 더 벌어질 일들이 어떤 것들일지, 지금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할 시점이다.
<지난 4월10일자 본지 기사>
이동섭 국기원 원장의 불안한 ‘마이웨이’
시도협회는 대결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관계
국기원은 지난 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부정단증발급 관계자 두 명을 제명했다. 상벌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또 부정단증을 발급 관련자들을 옹호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이동섭 국기원장의 대화와 타협 없는 ‘마이웨이’는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상벌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경기도태권도협회는 물론 각 시도협회와의 관계는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듯하다. 오늘(10일) 각 시도협회 최고 실무자들이 대한태권도협회에 집결했다. 실무자 회의 역대 최고의 출석률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대한태권도협회 생활체육위원회 회의다. 그러나 본 안건이 끝난 이후 자연스레 이동섭 국기원장의 이번 결정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협의회는 향후 한마당대회는 물론 국기원이 주최하는 각종사업에 대한 비협조로 이 원장을 압박해 나갈 태세다. 대한태권도협회와 시도협회 협조 없이는 국기원 중점사업이 성공하기 불가능한데도 이 원장은 제명당한 인사가 소속된 협회와 대화 한번 없이 끝내 ‘손절’하는 길을 택했다.
지난달 25일 국기태권도한마음대축제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대한태권도협회와 각 시도협회의 협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제명당한 인사 소속 협회의 협조가 없었다면 그 행사는 실패로 끝났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이 원장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협회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축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축제의 소리는 그쳤지만 음향은 아직 남아있다. 이 원장은 해외 출장 중이었다. 뭐가 그리 급해서 상벌위원회가 제명이라는 결론은 냈을까. 이번 상벌위원회 결정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원장 업무스타일로 미루어볼 때 축제가 마무리되면 반드시 중징계가 가해질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 하는 정도였다. 그 설마가 실제가 돼 버린 것이다. 축제 성공을 위해 이용만 하고 철저하게 버려졌다는 것이다. 이 원장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이유다.
오늘 실무자협의회에서 마련한 대응책을 가지고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각 시도협회 회장들이 이 원장을 만날 계획이다. 그때까지 국기원과 각 시도협회 간의 협조체제는 사실상 스톱된 셈이다. 또 만남을 통해 원만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더 큰 후폭풍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원장에 당선되자마자 ‘심사시행 권한 일선도장 위임’을 놓고 시도협회와 기싸움을 벌였고, 이젠 시도협회 핵심 관계자 제명으로 타협을 버렸다. 이 원장은 시도협회가 태권도계에 끼치는 권한과 영향력이 너무 거대함을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시도협회를 설득해 긍정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이 원장의 역할이기도 하다.
시도협회가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역시 비판받을 지점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협회의 도움이 필요한 쪽은 국기원이다. 지난달 25일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국기태권도한마음대축제가 그 증거다. 그럴 리 없겠지만 ‘한마당대회’ 등 향후 계획된 사업을 국내 태권도계 협조 없이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3년의 임기가 결코 길지 않다. 3년의 임기 원장의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