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키운 고참 심판-부위원장들도 책임져야
金본부장 “내가 있을 자리 아냐” 마음 비운듯
내년 양진방 회장 ‘친정체제’ 구축 명분 실어줘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11월 1일, 김석중 대한태권도협회(KTA) 겨루기 심판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지난 달 27일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모두 마친 후 사표를 제출한 지 5일 만이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사실판단 착오와 승부조작 미수 정황까지 겹쳐 심판위원장의 직무 수행이 위태로운 가운데, 올봄부터 이어진 김현수 본부장과의 갈등과 반목이 사표를 제출하는 기폭제가 됐다.
#’궁합’ 안 맞은 본부장과 위원장의 갈등
돌이켜 보면, 김 본부장과 김 위원장은 처음부터 ‘궁합’이 맞지 않았다. 약 5년 만에 본부장이 되어 현장에 복귀한 김 본부장의 ‘의지’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에 이어 심판부를 통솔하게 된 김 위원장은 각자 본연의 임무와 역할 수행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혔다.
이러한 갈등은 지난 6월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경희대총장기대회에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김위원장 입장에선 본부장이 과도하게 심판 관리와 교육, 징계 등에 개입한다는 불만이 쌓였고, 김 본부장 입장에선 위원장이 우유부단하게 심판부를 운영하고 문제가 있는 심판들을 솎아내지 않고 계속 위촉한다는 아쉬움이 짙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 즉 판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져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김 본부장이 심판 운영과 판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등 갈수록 개입이 더 많아졌다고 판단하고, 사표를 제출하기 전 “심판위원장 역할에 의미가 없다. 사퇴는 이미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주말, “집행부가 사표를 반려해도 다시 위원장을 할 생각이 없다”며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고’를 친 일부 고참 심판들과 ‘믿음’을 저버린 몇 몇 부위원장의 ‘간신배 행태’에 쓴웃음을 지었다.
김 본부장도 할 말은 많다. KTA 규정상 ‘경기장 질서 유지를 위한 현장 조치 등 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경기운영본부를 두며, 상근 임원(사무총장)이 통할 관리하되 공석일 경우 본부장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되어 있어, “대회 기간에 부임원장으로서 전반적인 대회 운영과 심판 징계 조치를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왔다.
그는 “(이런 상황을) 일부 부위원장 급에서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하면서,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 심판부가 아무 변화를 하지 못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내비쳤다.
김 위원장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양진방 회장은 “심판위원장이 얼마나 고민이 많으면 사표를 제출했겠나. 고참 심판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고참 심판’은 부위원장들도 포함되는 것으로 읽혀, 본부장과 위원장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줄서기와 줄대기를 한 일부 부위원장들도 퇴출해야 심판부가 건강해질 것이다.
#양진방 회장, 현장 조직 대폭 개편 예고
이번 사태는 양 회장이 ‘친정 체제’를 공고히 하는 명분을 줬다. 올초 기술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오판으로 스텝이 꼬였던 양 회장 처지에선 내년에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회장의 위상을 강화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경북 영천에서 열린 전국체전 기간에 현재 대회위원회가 아닌 과거 기술전문위원회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공표한 상황 속에서 이번 소동은 회장 중심으로 현장 조직을 개편하도록 힘을 실어줬다.
따라서 내년 초 대회 현장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면서, 자신의 의중을 읽고 일사분란하게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인물들을 대폭 중용해 쇄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