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회장 의지따라 2년 전 공모로 선발한 선례 있어
-청탁과 추천 난무 속 ‘공모’가 더 명분 있고 합리적
-‘심사평가위원회’는 객관적이고 균형있게 구성해야
“내가 지명해서 사무총장을 임명하지 않고 공모(공개모집)를 통해 뽑으려고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명분’있게 총장이 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2022년 12월,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은 태권도장 교육·산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고양 킨텍스에서 신임 사무총장을 공모로 채용하는 것과 관련, 이 같이 말하면서 “조만간 공모를 해서 새 총장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총장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내가 지명하든 추천을 받아 임명하든 흑색선전과 질투, 잡음이 생기게 마련이고, 새 총장도 학연과 지연 등에 따른 ‘낙하산 인사’라는 부담을 가지게 된다. 바깥에서는 요식행위가 아니냐고 걱정하는데, 그럴 것 같으면 내가 지명을 하지 굳이 공모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한 달 후 KTA는 사무총장과 의장, 심판위원장을 공모한다고 공고했다. 그리고 심사평가위원회(7명)을 구성해 각 분야별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과 발표(PPT)를 심사한 후 합격자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연임에 성공한 양진방 회장은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임기 4년을 앞두고 고심이 생겼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겨루기-품새-격파 등 각 위원회 의장과 부의장, 심판위원장 등을 둘러싸고 청탁과 추천 등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 회장이 지명을 하지 않고 또 다시 ‘공모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커졌다. 4년 전 임기 상반기의 ‘인사 패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2년 전 임기 후반기에 시행했던 공모제를 다시 해야 하는 당위와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양 회장이 공모로 사무총장과 기능 특수직에 해당하는 의장, 심판위원장 등을 또 임명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회장이 심사에 개입을 하지 않고 △공모로 합격한 지원자에게 명분을 주며 △각 분야별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한다면 또 다시 공모로 적임자를 뽑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심사평가위원회를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게 구성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전문가들의 눈으로 보면 심사평가위원들의 성향과 친소관계에 따라 지원자들의 면면을 놓고 누가 합격할 것이라는 예측과 풍문이 떠도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임기 후반기를 앞둔 2년 전, 양 회장은 새 총장의 자격(자질)과 관련,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획력 △프로젝트 수행 추진력 △시도협회 등 제도권과 소통능력 등을 언급하며 “회장인 나를 보완하는 역할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약 사무총장도 공모제로 하면 2년 동안 직무를 수행한 정문용 총장은 또 지원할 것이고, 호시탐탐 총장과 의장, 심판위원장을 탐내는 사람들도 앞 다퉈 지원서를 제출할 것이다.
주요 핵심 직책(보직)이 ‘지명’보다 ‘공모’가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이며 전문성을 강화한다면, 그리고 양 회장의 ‘짐’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면 2년 전처럼 공개모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모에 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