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선제적 조치 못해 문제 확대 우려
온정주의보다는 경기질서확립 우선시 되어야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 양진방)의 경기 현장에서 심판원들의 일탈 행동이 심심치 않게 발생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제22회 우석대학교총장기 전국태권도대회’에서 일비(수당) 문제를 이유로 KTA 품새 상임심판원들이 코트 배정을 거부하면서 1시간 30분여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8월 열린 ‘제10회 태권도원배 전국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는 영상판독 신청 시간 위반 문제와 영상판독 기록영상 유실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심 논란에 휘말렸다. 이후 열린 ‘2024년도 경찰청장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에서도 심판원이 부심기(채점기)의 작동유무를 문제삼아 경기장에 부심기를 패대기 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경기장내 질서확립과 기술위원회 구성원들의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그대로 나타났다.
KTA는 그동안 온정주의로 현장의 문제를 묵인과 방치속에 넘겨왔다. 하지만 태권도원배 대회 오심 논란에 이어 경기장내 부심기 패대기 사건까지 불거지고 해당 사건이 전문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어졌다.
KTA는 경찰청장기 대회가 진행 중인 19일 겨루기 기술위원회 회의를 열고 태권도원배 대회 오심 논란과 경찰청장기 대회 부심기 패대기 논란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결과는 태권도원배 대회 관련 오심 논란에는 해당 경기 주심과 영상판독관에게 3회 위촉 중지라는 현장 징계를 주었고, 심판위원장에게는 관리, 감독 소홀을 이유로 엄중 경고(구두 경고) 조치했다. 또 부심기를 패대기 친 심판원에게도 엄중 경고(구두 경고) 조치했다.
이번 KTA 기술위원회는 경찰청장기 대회 문제의 경우 해당 경기 현장에서 바로 조치했다고는 하나, 태권도원배 대회 문제는 해당 경기 현장에서 처리하지 않고 넘기려다 논란이 확대되자 경찰청장기 대회에서 처리했다.
우석대총장기 대회 문제는 현장에서도 다루지 않았고,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되지도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KTA 정문용 사무총장은 “해당 경기 현장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는 다루고, 우리 협회에서 직권으로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할 문제는 회부하면 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을 보는 시각이 각 임원들별로 다르고 여러 의견이 있다”면서 “여러 의견을 듣고 논의를 해서 처리를 해야 하다보니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고의적인 묵인과 방조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KTA가 현장에서 즉각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현 기술위원회 의장과 심판위원장의 갈등으로 보고 있다. 의장은 경기 전체적인 측면에서의 관리와 감독 권한으로 처리를 하려하지만, 심판위원장이 심판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다보니 즉각적인 조치가 쉽지 않다는 것. 이에 대해 유삼형 의장은 “심판위원장과 나 사이에 갈등이 생길 이유조차 없다”면서 “다른 내용은 모르겠어도 나와 임택동 위원장의 갈등설은 전혀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심판위원장도 일체 경기에 개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오해를 받는 것이 안타깝다. 나도 26년간 심판 활동을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심판 분위기를 잘 안다. 갈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태권도원배 오심 논란과 관련하여 임택동 심판위원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지역과 출신학교를 이유로 경기에 개입을 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여기 기술위원회 임원중에 그 누구도 임원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핵심 문제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조치하는 것은 옳다고 보지만, 그걸 빌미로 아닌 것까지 말을 만들고 하니까 억울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질서 확립은 선수와 지도자만이 대상이 아니다. 또 그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된다. 솔선수범하는 자세와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이 기술위원회 구성원의 책임이자 의무이며, 가장 엄격한 잣대로 평가 받아야 하는 것이 기술위원회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