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빠지지 않고 가는 해외 대회 출장의 이면
-잦은 시도협회 직무교육 특강, 연임 도전 포석?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대한태권도협회(KTA) 역대 회장 중 제29대 양진방 회장이 세운 기록이 있다. 역대 회장 중에서 가장 많이 해외 출장을 갔고, 시도태권도협회 직무교육에서 특강을 가장 많이 했다. 특강을 하지 않은 시도협회가 어디인지 꼽는 것이 쉬울 정도다.
양진방 회장은 공식적으로 회장직을 수행한 2021년 1월부터 현재까지 세계태권도연맹(WT)과 아시아태권도연맹(ATU) 등이 주최한 큰 대회부터 오픈대회 등 각종 대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다녀왔다. 회장으로서 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가다 보니, 몇 몇 KTA 부회장들도 “회장이 너무 많이 해외 출장을 나간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사무국 내부에서도 “회장이 정부 보조금을 가져오는 노력보다 개인적으로 협회 예산을 많이 쓴다”고 할 정도다.
전후 사정을 따져 보면, 각종 해외 대회에 가는 것은 KTA 수장(首長)으로서 대표팀을 격려하는 것도 있지만, 선출직 WT 집행위원과 ATU 부회장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
또 한 가지 양 회장이 기록한 것은 시도태권도협회에서 주최하는 지도자 직무교육 특강. 그는 회장에 당선된 후 줄곧 시도협회에서 특강을 했다. 지난해도 수차례 시도협회 직무교육장의 단상에 마이크를 들고 섰다.
여기서 따지고 싶은 것은 굳이 회장이 직무교육에서 자주 특강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물론 회장이 시도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특강할 수는 있다. KTA의 정책과 사업을 알리고, 회원들에게 힘을 북돋워줄 수도 있다.
문제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교수 출신인 양 회장이 달변가이고 강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도 내용과 형식을 놓고 보면 과유불급이다. 차고 넘친다.
양 회장이 직무교육에서 하는 내용을 보자. 주로 KTA가 추진하는 도장지원정책과 태권도 도장교육 영역과 콘텐츠, 정부 늘봄학교 정책 등이다.
지난 13일 신한대에서 열린 경기도태권도협회 3차 직무교육에서 양 회장은 “대한태권도협회와 시도협회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늘봄학교 시행에 따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 협회는 도장이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표준교육과정을 제정하고 보급하고 있다. 앞으로 승급심사를 활성화하고, 도장 교육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의 특강은 굳이 회장이 하지 않아도 된다. 담당 사무처장이 있고 또 선임 교육 강사가 해도 된다. 특히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연말에 제30대 회장선거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오해와 논란을 불러오는 특강을 자제하는 게 맞다.
물론 양 회장은 연임하고 싶다고 말한 적은 없다. 하지만 연임 도전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에서 시도협회를 돌며 특강을 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연임 도전을 위한 ‘밑밥용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특강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특강 내용도 밋밋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무예도보통지 강독반’에서 강의하는 것은 학자로서 ‘양진방 답게’ 돋보이지만, 특강은 그렇지 않다. 시도협회에서 특강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제 그만 단상에서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 시간에 회장으로서 다른 업무와 정책을 챙기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