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섭 원장이 존경받는 ‘스트롱맨(strongman)’이 되려면 태권도에 대한 열정과 강한 추진력 이외에 행정 수장으로서 균형과 견제를 수용하고 조율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 소신이 지나쳐 독선과 독단을 낳고, 저돌적인 추진력이 편향된 선제공격으로 비춰지며, 좌고우면 하지 않는 진격 스타일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여러 오해와 논란을 낳고 있다.
–1996년 가을, 서울 노원구태권도협회 행사에서 봤던 이 원장(당시 노원구태권도협회장)의 모습이 선하다. 40대 초반의 그는 강직하고 개혁적이며 통합의 이미지가 강했다. 올바르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기대한다.
#[장면 1] : 지난 7월 8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 원장선거에 다시 출마하기 위해 규정에 따라 3개월 전에 사임한 이동섭 원장이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그가 자청한 간담회 겸 점심식사 자리에서 그는 자신만만, 의기양양했다. 출마가 예상되는 예비 후보자들에 대해 “나와 급(級)이 맞지 않는다. 득표율 70%로 당선 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당선되면 자신을 따르고 뜻에 맞는 사람들을 대거 기용해 몽골 기마병처럼 앞만 보고 달리겠다”고 했다.
#[장면 2] : 지난 10월 7일, 제17대 원장선거에서 득표율 40.78%(385표)로 당선된 이 원장은 당선증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2021년 1월 원장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공부를 많이 했다. 이제 공부가 끝났다. 바로 내일부터 국기원 개혁과 세계태권도본부 지원·지부 사무소 200개소 이상을 만들도록 하겠다. 전갑길 이사장 님과 함께 힘을 합쳐서 국기원을 개혁하고 혁신하고, 앞으로 제가 더 페달을 밟아서 국기원 이사들과 힘을 합쳐서 나가도록 하겠다.”
#[장면 3] : “미안합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 바랍니다.” 지난 12월 7일, 국기원 예산(약 1천 200만 원)을 지원 받아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방안 포럼’을 주최하는 핵심 관계자가 필자(서성원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며칠 전 필자가 본지 칼럼 형식으로 쓴 “이동섭 원장님, 자기 자랑 그만 하시죠?”라는 기사를 보고, 이 원장이 화내며 발제에서 빼라는 등 으름장을 놓았다는 소문이 퍼지자 고심 끝에 보낸 것이다.
지난 10월 6일 연임에 성공한 이동섭 원장이 과감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당선 소감에서 “이제는 무조건 밀고 나간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더 페달을 밟아서 나가겠다”는 말을 실천하는 모양새다.
이 원장은 3년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충분한 협의 없이 원로회의 사무실을 뺀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원로회의는 본래 원장을 자문하는 것인데, (정치) 작당을 해서 폐쇄했다”고 말한 데 이어 당초 목표로 세웠던 득표율로 당선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는 듯 “이번 선거는 (압도적으로) 이기는 선거였는데, 대한태권도협회가 개입해 150표를 잃어버렸다”며 양진방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원로회의 사무실을 폐쇄한 것도 선거과정에서 의장이 이 원장을 도와주지 않은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위의 [장면 1]처럼 자신과 급이 맞지 않은 후보들과 경쟁해 목표했던 득표율보다 약 30%를 달성하지 못했으니 당선이 됐어도 속이 상했을 것이고, 그 원인의 대부분은 자신이 아닌 특정 후보들을 지지하거나 중립을 지키지 않은 양 회장과 일부 시도협회 임원들에게 돌려 자기 위안으로 삼는 듯했다.
하지만 현격한 차이로 당선된 마당에 굳이 공석과 사석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고 특정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을 향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몽니’를 부리는 듯한 언행이 과연 당선된 원장의 품격인지 실망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런 와중에 “당선되면 자신을 따르고 뜻에 맞는 사람들을 대거 기용해 몽골 기마병처럼 앞만 보고 달리겠다”고 말한 것은 곧바로 이행하고 있다. <태권도타임즈> 사설(11월 29일자)에 언급된 것처럼 학연과 정치인맥 등 정실(情實)로 사무처장과 비서실장, 민원실장, 비서관 등을 촉탁직이라는 미명 아래 유임하거나 채용해 ‘권한 남용’(편법)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여기에 앞으로 더 보강할 예정인 행정 인력과 미래전략기획단, 기술심의회 임원 위촉 등을 통해 이 원장은 ‘친정체제’를 공고히 구축하고 몽골 기마병처럼 앞만 보고 달릴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국기원 발전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자신의 업적과 치적을 쌓기 위한 것이든 간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보에 대한 시선이 대체로 곱지 않다는 것이다. 이 원장을 지지했거나 중립을 보인 사람들마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기원을 일하는 조직으로 만드는데 열중하기보다는 자신과 인연이 있는 외부 인사들을 간부급(촉탁직) 낙하산 방식으로 채용해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할 수 있을까.
이런 현실에서, 무주에 있는 WTA(연수원)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고 직원을 확충하는 것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국기원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WTA를 국제전략팀의 하부팀으로 만들어 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관련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국기원 내부의 푸념도 새어나오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장면 2]처럼 “전갑길 이사장 님과 함께 힘을 합쳐서 국기원을 개혁하고 (…) 국기원 이사들과 힘을 합쳐서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실행하지 않는 빈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현재 국기원 이사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원장 책임이 아니지만, 문체부 장관이 이사장을 승인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신규 이사 충원을 놓고 혼란한 정국에서 이 원장이 어떤 노림수를 갖고 자기 잇속을 챙기며 권한을 확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또 “이사장과 힘을 합쳐 국기원을 개혁하겠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 간의 앙금을 봤을 때 힘을 합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여전히 공식 자리(아시아태권도연맹 행사)에서 “이사들 문제가 많다”고 싸잡아 비토하는 것을 보면, 보직을 탐내는 일부 이사들을 제외하고 과연 지각 있는 이사들과 힘을 합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연임에 성공한 후 고가로 법인차량(4인승, 리스 계약 48개월)을 계약해 매월 210만 원의 납입금을 내고 있다는 풍문에 꼬투리를 잡을 생각은 없다. 현장을 중시하는 원장이 대외 업무용으로 편한 차를 구입했다는 데 속 좁게 따질 일도 아니다. 이미 그렇게 했던 전직 이사장과 원장 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출마할 때 공약으로 내건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가칭)공약실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언이 어느 정도 이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임기 3년이 보장된 선출된 원장 직에 강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국기원 비전과 발전 청사진을 보편타당한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추진하는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원장은 단점보다 강점이 많다. 태권도에 대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강한 추진력과 책임감, 친화력 있는 대인관계 등은 그가 지니고 있는 자랑거리다.
하지만 소신이 지나쳐 독선과 독단을 낳고, 저돌적인 추진력이 편향된 선제공격으로 비춰지며, 좌고우면 하지 않는 진격 스타일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오해와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원장이 존경받는 ‘스트롱맨(strongman)’이 되려면 태권도에 대한 열정과 강한 추진력 이외에 행정 수장으로서 균형과 견제를 수용하고 조율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에 추진하고 있는 ‘심사 시행제도 개선’도 마찬가지다. 심사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국기원이 주도해서 해야 한다. 하지만 심사지원국이 만들어 유포한 여론조사는 엉성하고 조잡하다. 질문의 전문성과 체계성도 결여되어 있다. 응답의 결과(비율)가 어떻게 나올지 뻔한 여론조사는 무의미하다. 태권도의 핵심 현안과 정책인 심사제도를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심사는 국기원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한태권도협회와 17개 시도태권도협회, 그리고 약 1만 개소 태권도장에게 매우 민감한 ‘뜨거운 감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원장이 직접 나서 대한태권도협회 및 시도태권도협회와 충분한 협의와 조율을 거친 후 점진적-단계적으로 심사제도를 개선하는 게 맞다.
‘스트롱맨’은 독재자, 실력자를 내포하고 있다. 자신의 의중에 맞는 사람들로 친정체제를 구축한 후 강한 추진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이 원장이 강직하고 존경스런 스트롱맨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배자와 독재자에 더 가깝다.
견제와 균형, 조율과 타협을 소홀히 하며 친위 세력을 옆에 두고 몽골의 기병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스토롱맨의 이미지는 원장에게 좋지 않다. 되레 자충수가 되어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이런 비판과 지적에 아랑곳 하지 않고, 독선과 아집 속에 균형과 견제, 조율과 타협을 뒷전에 두면 원장을 비토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면 곳곳에서 부작용과 역효과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원장은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예스맨’을 경계하고, 통 큰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흠결을 지적하고 앞길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옹졸하게 응수하고 압력을 행사하면 상대가 굴복할 것이라고 여겼다면 오판이다.
원장은 늘 비판의 대상이다. 잘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고 마치 자신을 비방하고 음해하는 것으로 예단해, 자신에게 총질한다며 적으로 돌리는 것은 여의도에서 정치를 한 원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위의 [장면 3]처럼 비판 기사를 썼다고 즉각적으로 보복성 응수를 하고 간부 회의에서 거친 말을 쏟아내는 것이 원장의 품격이라면 세계 태권도를 경영하는 지도자의 본분에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다고 태권도계 정세를 꿰뚫고 있는 26년차 기자가 지레 겁을 먹고 납작 엎드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소동으로 유네스코 포럼을 열심히 준비한 주최 측과 핵심 관계자들이 느꼈을 난감하고 당혹스런 마음이 어떠했을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26년 전 1996년 가을, 서울 노원구태권도협회 행사에서 봤던 이 원장(당시 노원구태권도협회장)의 모습이 선하다. 40대 초반의 그는 강직하고 개혁적이며 통합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 원장의 올바르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기대한다.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