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그랑프리 챌린지’ 우승으로 태권도 최고의 선수들이 초청되는 맨체스터 그랑프리에 특별 초청된 서건우가 이 체급 올림픽 랭킹 1위를 결승에서 제압하고 깜짝 우승했다.
한국체대 새내기인 서건우는 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리저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마지막 날 남자 -80kg급 결승에서 이 체급 올림픽 랭킹 1위이자 지난 1차 로마GP와 2차 파리GP를 모두 휩쓴 절대강자 이탈리아 시몬 알레시오를 2-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2미터에 가까운 긴 신장으로 기습적인 양발 머리 기술과 거칠고 노련한 경기를 운영 하는 상대로 강한 체력과 정신력, 패기로 맞서 싸웠다.
1회전 상대 공격을 주먹으로 선취점을 얻은 후 곧 주먹과 머리 득점을 내준 서건우는 상대의 몸통 빈틈을 돌려차기로 꽃아 6대4로 역전해 1승을 먼저 챙겼다. 2회전 중반까지 1대5로 끌려가던 서건우는 집요한 공격으로 천금 같은 몸통 득점을 성공시킨 후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마음이 급해진 상대의 연속 감점 누적에 결정적으로 주먹 득점까지 성공하면서 7대6 극적으로 승리했다.
준결승에서도 2미터 장신인 튀르키예 피라 카토우시를 상대로 집요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거리를 만들어 몸통 공격과 중요한 순간 주먹 기술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회전을 4대0으로 이긴 후 2회전에서도 12대4로 완벽히 제압했다.
특히 16강에서 이 체급 한국 대표팀 최상위 랭커이면서 소속팀 3년 선배인 박우혁(한체대, 4학년)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2-1로 꺾었다. 이전까지 3전 3패를 기록했던 서건우는 국제무대에서 만난 선배를 처음으로 이겼다.
서건우는 우승 직후 “우선 너무 기쁘다. 우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좋은 선생님들의 가르침 덕분인 것 같다”라면서 짧은 소감을 밝힌 뒤 “사실 첫 경기만이라도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참가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별로 없어서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결승에 맞붙은 선수 영상은 봤지만, 실제로 맞붙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앞으로 더 성실하게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아 성장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그랑프리 챌린지 준우승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남궁환도 값진 메달을 획득했다. 준결승에 진출해 서건우에게 결승에서 제압당한 이탈리아 시몬의 머리 공격에 일격을 당해 세트 스코어 0-2로 무릎을 꿇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 체급 유일하게 32위권 내 그랑프리 초청 대상인 올림픽랭킹 29위 박우혁(한국체대, 4학년)은 16강에서 이번 그랑프리에서 파란을 일으킨 현 소속팀 후배 서건우에 일격을 당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 -80kg급은 역대로 한국 태권도 선수단이 전통적으로 약체로 평가되는 체급이다.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총 여섯 번의 올림픽에 남녀 8체급 중 유일하게 본선 출전을 못 한 체급이 바로 이 체급이다.
서건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5천 달러(한화 약 720만원)와 랭킹 포인트 60점을 추가해 현재 66위(44.4점)인 랭킹을 20위권 초반으로 대폭 끌어 올릴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이 체급 최상위 랭킹을 기록 중인 박우혁(29위, 77.85점)을 단숨에 뛰어넘게 된다.
월드 그랑프리 시리즈는 올림픽링킹 체급별 상위 32명이 초청받는다. 서건우와 남궁환은 현재 랭킹으로는 초청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랭킹 중하위권 신예 선수들에게도 그랑프리 출전 기회를 주고자 지난 6월 '무주 월드 그랑프리 챌린지'를 처음으로 개최해 체급별 1∼2위 선수에게 이번 맨체스터 그랑프리 출전권을 특별히 부여했다.
한국은 ‘그랑프리 챌린지’를 통해 남녀 8체급 중 8명이 출전 기회를 잡아 이번 대회에 총 7명이 출전, 남자 -58kg급 박태준(한성고)과 -80kg급 서건우(한체대)의 금메달 2개에 남궁환 동메달까지 더해 총 3개의 값진 메달을 수확했다.
이날 무주 그랑프리 챌린지 은메달을 획득해 남자 80kg 초과급에 출전한 강연호(수원시청)는 16강에서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 마이콘 시케이라에 세트 스코어 0-2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맨체스터 그랑프리에서 남자 -58kg급 박태준(한성고, 3학년)과 -68kg급 진호준(수원시청, 20), -80kg급 서건우(한체대, 1학년) 등 샛별 삼인방의 금메달 3개와 -80kg급 남궁환(한국가스공사, 23) 동메달을 1개로 대회를 마감했다. 여자부는 노메달에 그쳤다.
로마와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한 여자 67kg 초과급 이다빈(서울시청)과 남자 -58kg급 올림픽 랭킹 1위 장장준(한체대, 4학년)은 내달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릴 ‘2022 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