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사람이 있다. 바로 대한태권도협회(KTA) 겨루기 분야 김현수 의장(본부장)과 반영호 심판위원장.
이들을 가리켜 시쳇말로 ‘깐부’(짝꿍, 동지, 같은 편)라고 한다. 그만큼 두 사람은 친밀하다. 막역하다. 이런 사이를 동료 심판들도 알고 있고, 웬만한 사람들도 안다.
#김현수와 김석중 결별 과정
김현수 의장은 지난해 KTA 겨루기 심판 운영과 판정 논란을 놓고 김석중 심판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중순, 경남 창녕에서 열린 대회가 끝난 후 사표를 제출했다. 왜 사표를 제출했을까. 관련 기사를 보자.
– 김석중 심판위원장 : “(…) 김현수 본부장과 술자리도 하며 열심히 해보자고 의견을 나누었다. 그런데 불쑥불쑥 심판 판정 등에 직접 개입해 강한 어조로 질타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심판위원장이 있는데 본부장이 직접 영상을 틀어 심판의 실수나 잘못을 부풀려서 질타하다 보니 일선 심판들도 위축되어 있고, 나 역시 위원장으로서 역할이 없다.” <태권도신문, 2021년 10월 28일>
– 김석중 심판위원장 : “심판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러나 작은 실수마저도 강하게 직접 개입해 질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심판이 실수나 잘못을 하면, 담당 코드 부장이 위원장인 나에게 보고하고, 본부장 승인을 받아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없이 본부장이 직접 영상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영상을 보면서 해당 심판을 강도 있게 질타하면 심판부가 크게 위축된다. 위원장 역할을 본부장이 하는 것이고 (…)” <태권도미디어, 2021년 10월 29일>
그렇다면 당시 김현수 의장의 심정은 어땠을까?
– “나도 심판부 일에 직접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기대회 취소 전 본부장이 직접 심판 교육 등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나도 고민을 했다. 심판위원장이 있는데… 그래서 심판위원장에게도 그런 얘기를 전하며 잘 좀 해달라고 말도 했다. 그런데 심판 판정과 관련한 문제가 계속 발생했고, 또 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보이는 데로 내가 직접 얘기하고 한 것은 맞다. (…) 심판부가 너무 침체되어 있어 걱정도 많았다. 심판위원장 기분은 나도 잘 아는데, 나도 압박을 많이 받는다.” <태권도신문, 2021년 10월 28일>
#김현수와 반영호에 대한 시선
그렇게 김 의장과 김 위원장은 갈라섰다. 그리고 해가 바뀐 새해 초 양진방 KTA 회장은 공석인 심판위원장에 반영호 부위원장을 위촉했다. 체육회 규정에 따라 2년 임기가 보장된 김 본부장은 유임됐다. 이에 대해 <태권도미디어>는 “김 본부장은 심판부 독립성 훼손 및 심판부 지나친 간섭, 위원장 고유권한 침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지적까지 받았지만 임기 2년을 채우게 됐다”고 비꼬았다.
2009년부터 KTA 상임심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부위원장이 된 반영호 신임 심판위원장은 “위원장에 위촉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부위원장 및 상임심판들과 소통·협력하여 심판위원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원론적인 소감을 밝혔다.
그가 심판위원장이 되자 ‘의외의 발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고참 심판들 중 몇 명은 심판 이론에 해박하지 않고, 조직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언급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양 회장이 ‘바닥 민심’을 제대로 읽지 않고 성급하게 위촉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 위원장이 김 의장의 ‘핵심 측근’이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김 본부장의 의지(개입)가 심판부에 강하게 반영되고, 반 위원장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김 본부장에게 끌려 다닐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반 위원장은 (심판) 규정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엄청 노력한다”며 주위의 억측을 경계했다.
# 양진방 회장 “상반기 지켜보자”
지난 1월 11일 열린 태권도 전문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은 양진방 회장에게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양 회장은 “심판위원장 위촉은 외부 수혈로 할지 내부 승진으로 할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석인 심판위원장 자리를 메꾸는 차원에서 반영호 위원장을 임명한 것이다. 반 위원장이 말이 없고, 심판 연차도 좀 적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심판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있을 것이고, 계파도 거의 없어 고참 심판들이 반발할 것이다. 그것은 본인이 극복하고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는 본인의 몫이다.”
김 의장과 반 위원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양 회장이 말했다.
“반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선입견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기자들의 질문도 선입견일 수 있다. 의장과 위원장이 상호 협의할 수는 있지만, 의장이 심판 위촉과 배정, 교육 등 결정사항에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원칙에 어긋나고 행정적 정당성도 없다. 의장이 선행해서 심판부 결정사항에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다.”
그러면서 양 회장은 “잘못하면 의장과 심판위원장 모두 실패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동안 어떻게 하는지 지켜 보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과 반 위원장.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평가하는 사람은 양 회장 말고도 많다.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