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이 품새 교육에 치우친 일선 태권도장에 겨루기 교육의 가치를 강조, 2022년을 균형 교육과정 개발 및 도입의 전환기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겨루기 경기에 대해서는 새로운 전자호구의 적극적 공인과 경쟁을 강조했고, 지난 1년의 인사 평가에 대해서는 ‘참신성과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낙제점은 면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라고 자평했다.
지난 11일 오전 11시, 올림픽공원 동계종목 회의실에서 새해를 맞아 양진방 회장이 태권도 전문지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1일, 양진방 KTA 회장이 간담회 자리서 새해 역점 정책들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 |
이날 양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발표한 태권도 각급 기관조직들의 ‘좋은 거버넌스’ 실현, 전자호구 성능 개량, 태권도 교육과정 체계 확립, 대중성 높은 태권도 콘텐츠 창출, 심사과정 혁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양 회장은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첫발을 뗄 중요한 사업으로 일선 태권도장에서의 균형교육 과정 개발 및 보급에 대해 강조했다.
양 회장은 “국내 8-90% 태권도장이 품새 위주로 지도를 하고 있다. 겨루기를 하면 도장이 안된다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커져 있다.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태권도장에서 겨루기와 품새를 같이 지도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은 바꿀 수 없겠지만 성공하는 모델 케이스를 발굴해 확산시킬 것이다. 태권도장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겨루기 지도방법과 기술 체계를 만들어 보급하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 이 부분은 태권도 역사 발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장기적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KTA는 이달 말 혹은 내달 초 일선에서 겨루기를 꾸준하게 지도하고 있는 지도자들과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양 회장은 “소수지만 지혜롭게 겨루기를 지도하는 태권도장들이 있다. 조금씩 스타일은 다르다. 다만 전통적으로 겨루기를 지도하는 방식으로는 확산 못 시킨다. 겨루기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고, 그 기술이 즐거운 교육 프로그램이 되는 방식으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겨루기 이론과 새로운 접근법을 정리하고, 겨루기를 잘 가르치는 지도자들을 최대한 발굴해 공감대와 교육방식을 확립한 후 단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펼 것이다. 겨루기가 주목받을 때가 왔다. 차근차근 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되지 않을 것이다. 각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겨루기 경기와 관련해 양 회장은 전자호구 개량에 대해 강하게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KTA는 3월 내에 전자호구 공인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미 한 회사가 공인을 신청한 것으로, 또 한 회사가 공인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양 회장은 “겨루기 경기는 어떤 문제든 전자호구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발생한 전자호구와 관련한 문제들은 이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단계이다. 그다음 단계로 가야하는 시기가 왔다. 전자호구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아졌고, 엄밀해졌다. 소비자들 부담은 불가피한 부분이겠지만 더 많은 공인 전자호구와의 경쟁을 통해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전자호구를 공인하고, 무대에 올려 실질적으로 기존의 전자호구와 경쟁시켜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과감하게 진행할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국기원 이사회에서 논란이 된 심사추천 ID의 등록과 관리에 대한 권한의 문제에 대해서도 양 회장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회장은 “이 부분은 국기원 행정부서와 이사들 사이의 해석, 그리고 소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ID는 근본적으로 심사추천자를 관리하는 방식의 문제다. 제도나 권한의 문제가 아니다. 국기원은 국기원 승단심사를 추천할 권한이 있는 도장을 데이터베이스로 갖고 있다. 이미 그것 자체로 권한을 갖고 있다. ID는 최초로 KTA에서 심사와 관련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제안해 만들어진 제도다. KTA에서는 도장을 시도협회에 등록하고, 운영하는 지도자에게 도장 운영과 심사추천을 위해 ID를 주는 것이다. 따라서 ID 자체에 대한 부분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기원에서는 ‘심사추천 도장이 이렇게 있구나’하고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고, KTA와 시도협회는 새로운 도장이 있으면 자격 유무를 확인해 등록을 받아주고, 심사할 때 쓰라고 ID를 주면 되는 것이다. 행정 업무의 루틴에 관한 문제라 국기원 실무자들, 그리고 간부들과는 오해의 소지가 없다. 다만 국기원 이사들처럼 이 업무를 밟지 않은 사람들이 마치 KTA가 국기원 권한을 가져가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임계약도 큰 쟁점이 없다고 생각하고, 1월 말까지 계약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당선 후 지난 1년 간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스스로 박하게 평가했다.
양 회장은 “태권도계가 인사와 관련해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내 점수는 기껏해야 ‘낙제점을 면할 수 있을까?’하는 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다.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인사의 참신성이나 세대교체 부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무총장 연임 여부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해답에 가까운 즉답을 하지는 않겠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선임된 심판위원장에 대한 외부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양 회장은 “외부수혈과 내부승진이라는 가닥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능력과 능력 외의 부정적 측면 사이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올 상반기에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의장이 심판위원회의 심판 배정, 교육 이런 부분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원칙에 절대 어긋난다. 의장이 선행해서 심판부 결정사항에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다. 경기규정 집행 정도의 문제, 정책의 문제는 의장과 심판위원장이 논의를 한 후 심판위원장이 집행하는 것이다. 직접적 과정에 의장이 발을 들이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반영호 심판위원장이 말이 없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연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인지, 거기에 연차도 좀 적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소에 부위원장급으로 인정도 못 받았고, 자기 계파도 거의 없는 사람이라 고참 심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걸 본인이 어떻게 극복하고 역할을 하느냐는 본인의 몫이다. 잘못하면 의장과 심판위원장 모두 실패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격파 부문 정식 대회 창설을 통해 기존 겨루기, 품새에 이은 격파의 경기화, 메이저 미디어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태권도 콘텐츠 창출, 아시아발전재단과의 업무협약을 통한 국내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태권도 교육 지원 사업 등에 대한 계획도 설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