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동 트지 않은 새벽, 마스크를 뚫고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마흔 여덟 명의 태권도 선수들이 화엄사를 향한 2.1km 런닝과 계단 인터벌로 하루를 시작한다.
9박 10일 간의 동계 강화훈련을 위해 전라남도 구례에 모인 남녀 각 24명의 고등부 태권도 선수들. 바로 태권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이다.
후보선수단 남자부 훈련 장면. |
2022 태권도 후보선수단의 동계 강화훈련이 올해도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구례에서 지난 3일부터 9박 10일 간의 일정으로 실시되고 있다.
박정우 대한체육회 전임감독을 필두로 정진영 코치(영광고), 신동호 코치(정발고), 서재호 코치(광성고)가 선수들의 훈련을 맡는다.
올해는 특히, 대한태권도협회(KTA)가 각종 대회 성적에 따른 정량평가를 기준으로 공고를 내고, 신청자를 받아 선수단을 구성했다.
남자선수단은 국가대표 최종선발전과 1차 평가전에서 배준서(강화군청)와 명승부를 펼친 바 있는 박태준(한성고)를 비롯해 서울체고 박찬희, 지난해 전북체고 돌풍의 주역인 남용혁, 윤준혁, 유희서 등의 쟁쟁한 멤버들이 합류했다.
여자선수단에는 역시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강미르(영천시청)와 치열한 다툼을 벌인 서울체고 김주미, 강보라(영천시청)와 접전을 벌인 대구 보건구 오서린, 강원체고 이해솔, 성안고 진서연, 전남체고 임밝은별 등의 선수들이 포함되었다.
이번 강화훈련은 코로나 19로 인해 예전의 절반 일정인 9박 10일간 열린다. 방역을 위해 남녀 분리 훈련과 함께 두 명의 전담 방역 요원이 대한체육회에서 지원되었다.
후보선수단 여자부 훈련 장면. |
부득이 훈련 기간이 줄어든 만큼 훈련은 전문 체력훈련에 방점을 뒀다.
신동호 코치는 “새벽에는 화엄사 런닝과 실내 코어운동을 매일 번갈아가며 진행하고, 오전과 오후 훈련은 훈련 기간을 고려해 전문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야간에는 개인훈련을 한다. 동계훈련인 만큼 체력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이번 후보선수단은 정량평가에 따라 선수단이 구성되면서 3학년들이 상당수 합류해 1,2학년들이 배울 점이 많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진천선수촌에 파견되었던 후보선수들이 합류해 선수촌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3학년 선수들의 경우 강화훈련이 끝난 후 신입생으로 대학팀에 합류해 훈련하는 만큼 이후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에 합류한 후보선수단 중 남녀 각 10명 내외의 선수들은 세계선수권 파견 국가대표 1진들과 함께 2월 중 푸자이라오픈과 터키오픈에 동시 출전한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태권도경기 이후 한국 태권도는 청소년 선수들이 빠르게 국가대표에 진입할 수 있는 일명 ‘사다리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KTA 역시 이번 해외 전지훈련에서 해외 선수들과의 경합뿐만 아니라 대표 1진들과의 교류 및 경쟁에도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연중 내내 후보선수단 중 약 네 명의 선수를 지속적으로 교체하며 진천선수촌 강화훈련단에 합류, 경기력 향상도 꾀할 계획이다.
2022 태권도 후보선수단 기념촬영 장면. |
한편, 대한체육회에서 평가하는 각 종목 후보선수단 선수들의 국가대표 선발 비율에서 태권도가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박정우 전임감독은 “과거 태권도는 후보선수단 합류에 현실적 제약이 많아 국가대표 선발 비율이 3-40%대를 유지했지만 수년간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70%대로 올라섰다.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크다. 코로나19로 합숙훈련에 어려움도 적지 않지만 후보선수들이 강한 훈련을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