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결정에 회원-비회원 해석 달라 혼선 가중
KTA, 공정위와 합의했지만 당장 대안없는 상태
시도협회, 심사집행 따른 ‘수익자 부담’ 원칙 고수
심사응심 지역 제한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 높아
최진우 기자 / cooljinwoo0@naver.com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가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 양진방)와 미등록도장(비회원도장)에 대한 심사 집행을 합의했다.
공정위는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를 상대로 제기된 회원등록 거절 행위에 대한 민원에 따라 현행 전국 17개 시·도태권도협회에 회원등록된 도장만이 국기원 승(품)단심사에 응심할 수 있다는 현실을 확인했으며, 태권도장 개설자가 협회에 등록해야만 소속 수련생이 승(품)단심사에 응심할 수 있다는 현행 관습이 태권도장 사업 영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KTA와 비회원 도장 심사 개선에 대한 협의에 나섰고, KTA는 지난 8월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도장특별위원회 및 전국17개시·도태권도협회실무자협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비회원 도장의 심사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
KTA는 지난 2016년 심사규정을 마련함에 있어 회원 도장의 심사인 정규심사와 군·경·학교 등의 기관심사, 비회원 도장 심사로 분류되는 비정규심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비회원 도장 심사의 경우 심사 인원이 정규심사 대비에 적고 이에 따른 심사집행비가 높게 책정되어 비회원 도장의 심사 소요가 없자 2016년 12월 한 차례 비회원 도장을 대상으로 한 심사를 집행한 이후 비회원 도장 심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비회원 도장 심사가 정례화 되지 않아 협회 등록이 사실상 의무화 됐다고 해석했으며, 이는 불공정행위를 유발하거나 소비자후생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KTA의 개선을 요청했다.
공정위가 10월 29일자로 비회원 도장 심사가 가능하단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태권도계는 술렁이고 있다.
공정위의 보도자료가 단순하게 비회원 도장이 회원 도장과 동일하게 심사에 응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회원도장들은 “회원 보호 우선”을 비회원도장들은 “등록 없이 심사 가능”으로 받아들인 것.
KTA는 비회원도장의 비정규심사 정례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국내 승(품)단 심사는 ‘찾아가는 심사’로 진행되고 있어, ‘찾아가는 심사’의 종료시점을 기점으로 비회원도장 심사 정례화를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시도협회에 비정규 심사를 정례화 하도록 지침을 내린다는 의미지만 시도협회는 회원도장과 비회원도장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수익자 부담’을 통해 비회원도장의 심사와 회원도장의 심사를 차별화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KTA의 도장특별위원회 및 시도협회 실무자협의회 회의에서도 비회원도장의 ‘수익자 부담’의견은 제시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회원도장의 심사가 ‘수익자 부담’으로 집행될 경우 비회원도장의 심사비는 원가계산을 거치더라도 회원도장 심사와 비용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만약 비회원도장 심사를 회원도장과 동일한 수준에서 심사비를 정한다면 이는 회원도장의 반발로 이어져 회원 도장 보호를 우선시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태다.
KTA도 이를 두고 고심을 하고 있다. 공정위의 갑작스런 발표에 ‘당혹감’을 표출하는 것도 회원과 비회원의 구분을 두고 마땅한 대안점이 없기 때문.
공정위가 미등록도장 수를 400여 개소로 파악했지만, 이는 단순히 태권도장으로 체육시설업을 허가받은 사업장 중 등록하지 않은 도장의 수일뿐 타 종목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태권도를 수업하는 체육시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비회원도장의 심사는 현행 ‘찾아가는 심사’ 방식으로 심사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시도협회의 반응이다.
결국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대면심사 방식으로 ‘수익자 부담’을 통해 심사비를 원가산정해야 비회원도장 심사를 정례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상당한 실무 논의가 필요할 듯 보인다.
만약 공정위의 이번 발표에 KTA가 비회원도장의 심사를 차일피일 미룬다면, 공정위의 추가 제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비회원도장의 심사뿐만 아니라 심사응심에 있어 시도로 관할지역이 구분되어 타 지역 심사에 응심할 수 없다는 점도 공정위가 눈여겨 보고 있어 지난 30여년간 이어져 온 국내 승(품)단심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이번 공정위의 발표에 당장 비회원도장의 심사를 집행하는 것은 아니라 KTA가 시간을 번 상태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TA, 과연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