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중 대한태권도협회(KTA) 겨루기 심판위원장이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이 끝난 지난 27일 현장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20일부터 경남 창녕에서 제50회 소년체전 중등부 잔여 경기와 남녀전국우수선수선발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이 열렸다. 이 기간 중 소년체전 중등부 경기서 심판의 승부조작 미수 정황이 적발되면서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여기에 김현수 겨루기 본부장이 심판부 교육과 개별 징계 등에 과도하게 직접 개입한다는 불만도 심심치 않게 전해졌고, 김석중 심판위원장이 자신의 입지가 협소해 사퇴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리고, 2차 선발전 기간 중 이미 윗선까지 김석중 위원장의 사퇴 의중이 비공식적으로 전달되었고, 실제로 대회가 끝나자마자 현장에서 김 위원장은 사표를 경기부에 제출했다.
"위원장 역할 의미 없다"...김석중 겨루기 심판위원장. |
사표 제출 하루 전 현장에서 만난 김석중 심판위원장은 “이미 결정은 했다”며 “심판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사퇴 이유에 대해 김석중 위원장은 심판부의 고충과 김현수 본부장의 직접 개입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저런 말들도 있고 해서 본부장과 술자리도 하며 열심히 해보자고 의견을 나누었다. 그런데 불쑥불쑥 심판 판정 등에 직접 개입해 강한 어조로 질타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판도 인간이다 보니 실수를 할 수 있다. 또 지금은 라이브로 다 경기가 중계되기 때문에 심판들 역시 경기가 끝난 후 자신의 경기를 찾아보며 잘못된 판정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한다. 그런데 너무 강하게, 그것도 위원장이 있는데 본부장이 직접 영상을 틀어 심판의 실수나 잘못을 부풀려서 질타하다 보니 일선 심판들도 위축되어 있고, 나 역시 위원장으로서 역할이 없다. 소년체전 잔여 경기 중 일어난 부적절한 판정에 대해서는 나 역시 심판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러나 작은 실수마저도 강하게 직접 개입해 질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사표를 낼 것이다. 이미 결심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김현수 본부장의 입장은 어떨까? 김 본부장 역시 현재의 상황에 대해 “나 역시 압박을 많이 받는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김현수 본부장은 “나도 심판부 일에 직접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기대회 취소 전 본부장이 직접 심판 교육 등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나도 고민을 했다. 심판위원장이 있는데...그래서 심판위원장에게도 그런 얘기를 전하며 잘 좀 해달라고 말도 했다. 그런데 심판 판정과 관련한 문제가 계속 발생했고, 또 내 눈에 띄였다. 그래서 보이는 데로 내가 직접 얘기하고 한 것은 맞다. 최종선발전을 앞두고 나도 잘 치르고 싶어 마음이 조급했고, 또 심판부가 너무 침체되어 있어 걱정도 많았다. 심판위원장 기분은 나도 잘 아는데...나도 압박을 많이 받는다. ‘악역은 내가 할테니 심판위원장이 잘 보듬어 달라고, 이해해 달라고’도 얘기했다. 최종선발전을 앞두고 심판위원장이 사표를 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모양새도 그렇고. 일부 부위원장급에서 부추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나도 압박 많이 받고 있다"...김현수 겨루기 대회위원회 본부장. |
올해 새 대회위원회가 구성된 후 이 같은 분위기는 애초부터 감지되었다.
첫 번째는 심판위원회 독립 이슈와 일원화된 시스템의 본부장 체제 사이의 이질감으로부터 문제가 비롯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막상 심판위원회 독립 문제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김석중 심판위원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심판위원회 독립과 같은 걸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심판위원장으로서 역할에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심판의 판정과 관련한 문제 발생이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사실상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초에는 감점이나 주먹 득점, 판정과 관련한 정확성과 일관성이 벌어지더라고 시즌 후반부로 가면 점차 축소되는 방향으로 향해야 하는데 올해의 경우 부위원장급을 포함한 고참급 심판들의 판정 실수나 판단 착오, 주먹 득점과 감점 등에 대한 일관성과 정확성의 범위가 좁혀들지 않았다.
또 비대면 경기로 인해 모든 대회, 모든 경기의 라이브 시대를 맞다 보니 심판들 역시 판정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욱 커졌다.
공정하고, 투명한 판정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새 집행부의 요구는 높아졌지만 현장에서 심판부의 실수와 오심은 시즌 후반부로 가는데도 확연하게 줄어든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강한 압박이 본부장과 심판위원장에게 가해졌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결국, 양진방 KTA 회장의 높은 기대와 요구를 대회 임원장인 성재준 사무총장이 전달 혹은 지시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없이 강한 압박으로 본부장과 심판위원장에게 표현되었고, 이로 인해 심판부에 대한 본부장의 직접 개입 횟수가 늘어나면서 부위원장급을 포함한 일부 고참급 심판들의 부추김이 더해져 심판부를 책임지고 있는 위원장의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양진방 KTA 회장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양 회장은 “어제 사표를 냈다는 얘기만 들었기 때문에 사무총장과 본부장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종합적으로 상황을 살펴본 후 사표 문제를 판단하겠다. 사실 경기장에서 임원들, 특히 심판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애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과거와 달리 라이브로 모든 경기가 다 나가다 보니 긍정적 효과도 상당하지만 심판 압박도 어지간하겠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임원들이 힘들겠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만족도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초에 흔들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정확해지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그 반대 현상이 있는 것 같아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하긴 했다. 특히 고참 심판들의 책임이 크다. 옛날처럼 심판이 판정을 통해 권위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되는 시대 아닌가? 심판위원장도 얼마나 고민이 많았으면 거취까지 판단하는 결정을 했겠나? 종합적으로 얘기를 듣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이 끝난 후 기념촬영 장면. 임원장인 성재준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 김현수 겨루기 대회위원회 본부장(왼쪽에서 첫 번째), 그리고 김석중 겨루기 심판위원장(오른쪽 첫 번째). |
한편, 양진방 회장은 전국체전 기간 중 영천에서 지금의 대회위원회 형태가 아닌 과거 기술전문위원회 형태로의 개편을 공표한 바 있다.
최종선발전을 앞두고, 그리고 내년부터 과거 기술전문위원회 형태로의 전환을 앞두고 이번 심판위원장 사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대회 임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