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전문위원회에 이어 국대 총감독 제도 부활 여부까지 들썩
양분된 전자호구 시장에 싸울아비 KTA 업고 ‘슈퍼루키’ 될까?
최진우 기자 / cooljinwoo0@naver.com
대한태권도협회(KTA) 양진방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체질개선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진방 회장은 최근 아시아태권도연맹 부회장과 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자신이 목표로한 ‘외적 역량’은 모두 갖췄다. 이제 남은 건 KTA의 상징적 역할과 이를 위한 내부다지기다.
■ 기술전문위원회 부활
양 회장은 지난 10월 11일 ‘제102회 전국체육대회(태권도)’가 열리고 있는 경북 영천에서 대회운영위원회 구성원 모두를 모아놓고 “내년에 기술전문위원회를 부활시키려 한다. 과거 집행부에서 대회운영위원회로 변경해 운영했는데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아니고 기술전문위원회로 운영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회운영위원회와 기술전문위원회는 단순히 명칭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대회운영위원회는 본부장이 제일 정점에 위치하고 있지만 심판위원회를 비롯해 하위 분과를 통솔하는 권한이 축소되어 과거 의장 중심제의 위원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양 회장은 현행 분권제 시스템이 아닌 ‘의장 중심제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기술전문위원회 부활을 예고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국가대표 총감독 제도 부활?
KTA는 10월 8일, 2022년도 국가대표 강화훈련 지도자 선발공고를 게시했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KTA는 취임 첫해 올림픽을 맞은 양 회장이 사과의 뜻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하는 참담한 상태로 이어졌다.
이번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은 지난 올림픽의 부진을 쇄신하는 차원과 양 회장 취임 후 자신의 의지로 처음 지도자를 선발하는 만큼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7월 올림픽 참패 이후 부회장단이 모인 자리에서 2020년도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과 관련해 ‘사령탑’ 역할을 할 수 있는 총감독 제도의 부활이 거론됐다. 과거처럼 선수촌에서 함께 상시훈련하는 지도자의 개념은 아니지만 부회장단은 김세혁 부회장의 총감독 경력을 예로 들며 리더십과 코칭스태프들의 기강을 확립할 적임자로 김 부회장을 추켜세웠다.
김 부회장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의 추천과 집행부의 제안이 먼저”라는 단서조항 내세웠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 양진방 회장, 자신의 색깔 아직 내세우지 못해
양 회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열린 제29대 KTA 회장 선거에서 190명의 유효득표 중 120표를 얻으며 경쟁후보 3명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며 당선됐다. 지지층 결집만으로도 충분히 4년 임기를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자신을 지지한 세력에 경쟁 후보 지지층까지 집행부에 포함시키며 대통합형 회장이라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1월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공식 취임한 후 러닝메이트 격인 사무총장 인선이 늦어지고, 고심 끝에 고문으로 내정한 성재준 사무총장 선임과 대회운영위원회 구성에서 주요 분과 인사가 막판 교체되는 파동을 겪으며 임기 시작 첫 단계부터 삐걱되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류호윤 사무처장의 정년퇴직으로 공석이 된 사무처장직을 2개월여 내버려두다 보니 외부 인사 채용설이 불거져 내부가 흔들리게 한 점도 양 회장이 인사에 있어서 자기색깔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9월 부장급 인사 2명을 내부승진 시켜 처장직을 메웠지만 특정 시도에서 “KTA 안에 경기인 출신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문을 두드리고 있어 외부 인사 유입설은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 양진방 회장, 의지 앞세운 체질개선 본격화?
양진방 회장은 10월 10일 열린 아시아태권도연맹 선거에서 부회장직에 최다득표로 선출됐다. 또 바로 다음날인 10월 11일 세계태권도연맹 선거에는 두 번째로 집행위원에 도전해 만족할만한 득표율로 선출됐다.
양 회장이 KTA 회장 당선 이후 목표로 삼은 대외적인 행보는 상당수 성공을 거뒀다. 이제 남은 것은 KTA 회장으로서의 상징성과 업적이다.
양 회장은 KTA가 종주국으로서 태권도의 경기규칙 개선을 선도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지난 9월 15일 KTA와 국기원이 태권도전문기자회와 함께 태권도 경기규칙 개선을 위한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한 것 또한 양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이는 WT를 비롯한 태권도계에 대도(DAEDO)와 케이피엔피(KP&P)로 양분화 된 전자호구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숙제를 던졌다.
양 회장의 태권도 경기규칙 선도 의지는 강하다. 전무이사 시절인 2009년 신생업체인 KP&P 전자호구를 처음 전국대회에 도입함은 물론, KP&P가 2013년까지 수십차례 KTA 전국대회를 거치며 필드경험을 누적할 수 있도록 한 까닭도 당시 라저스트로 대표되던 전자호구 기술력이 태권도 경기를 오히려 퇴보시키자 이에 대한 새로운 국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KP&P는 이를 토대로 2009년 세계태권도연맹(WT)의 공인을 얻을 수 있었고, 2009 경주 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부터 현재까지 대도(DAEDO) 전자호구와 더불어 WT의 공인 전자호구로 세계무대를 밟았다. 태권도 경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라저스트는 이후 자취를 감췄다.
양 회장은 2019년부터 KTA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관람형 태권도 경기 사업인 파워태권도프리미엄리그를 올해 공식 전국대회로 승격했다. 이 대회의 전자호구는 기존 대도와 케이피엔피 전자호구 시스템이 아닌 공기압을 이용해 유효타격을 구분하는 신생업체의 전자호구다.
무술용품 등을 개발하는 싸울아비가 내놓은 이 호구는 선수들의 공격을 몸통호구의 공기압으로 측정해 유효공격을 가리는 방식으로 예선과 본선을 통해 필드경험 부족과 다양한 경기경험 축적을 통한 기술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양 회장은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만족할만한 성과”라면서 싸울아비 전자호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 회장은 경기규칙 개선에 있어 1차적으로 파워태권도를 통한 새로운 전자호구 시대를 열고 있다. 온라인 공청회를 통해서는 WT의 전자호구 운영방식에 화두를 던졌다.
양 회장의 경기규칙 개선 의지가 빚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내 경기를 총괄하는 기술전문위원회, 국가대표 선수단이 뒤를 받쳐 줘야 한다. 기술전문위원회는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경기규칙과 문화를, 국가대표 선수단은 어떠한 경기규칙에도 적응하며 막강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훈련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
양 회장은 지난 전국체전에서 대회운영위원회 각 분과에게 숙제를 남겼다. 올 한해 경기를 뒤돌아보고 새로운 경기규칙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사실상 의견 수렴보다는 현재 경기를 책임지고 있는 각 분과 임원들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함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내년 기술전문위원회의 부활에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되는 있다. 또 부회장단 중 양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사가 총감독 제도 부활을 거론하며 김 부회장을 적임자로 치켜세운 것도 체질개선을 위한 인적 개편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