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내세운 퇴조 예능 기획이 패착
‘태권도장=아동’ 사회인식만 더 심어줘
청소년-성인 위주 태권도 프로그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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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태권도 소재 예능 프로그램 <병아리 하이킥>(MBN)이 쓸쓸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26일 첫 방송한 <병아리 하이킥>은 연예인 자녀들(병아리)이 태권도 수련 과정에서 일어나는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아낸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표방했다.
나태주와 태미, 김요한 등 태권도 출신 연예인들이 태권도장을 개관해 학부모 상담을 시작으로 합숙 수련과 승급심사 준비 등 태권도를 수련하며 겪는 다양한 일들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풀어낼 것으로 보여,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선 태권도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태권도 홍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국기원은 이 프로그램이 일선 태권도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프로그램 구성의 자문 역할에 나서며 제작 지원도 했다. 대한태권도협회와 태권도진흥재단도 음으로 양으로 도왔다.
하지만 <병아리 하이킥>은 일반 시청자뿐만 아니라 태권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줄곧 1%를 밑도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방송 시간대를 밤 11시에서 가족들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밤 9시 30분으로 앞당겼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병아리 하이킥>은 왜 일반인들과 태권도인들에게 ‘냉혹하게’ 외면을 당했을까.
김경덕 경기도태권도협회 회장은 5월 26일, <병아리 하이킥> 시청률이 너무 저조하자 대한태권도협회 코로나19 대책위원회 단톡방에 “대한태권도협회에서 병아리 하이킥을 시청해 달라는 협조문을 각 시도협회와 태권도학과에 보내야 할 것 같다. 시청률이 올라야 제작팀도 신나지 않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태권도계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태권도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태권도계가 시청해야 한다는, 이를테면 ‘태뽕’(태권도 사랑과 자부심에 과도하게 취해 있는 것)도 먹혀들지 않았다.
미취학 아동들을 내세운 철 지난 방송 기획과 내용이 진부하고 식상한데다 전반적으로 일선 태권도계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태권도장=아동’이라는 인식을 일반 대중들에게 더 심어줬다는 비판도 일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한 방송 기획자들이 오판과 패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던 육아·유아 예능을 안일하게 고수한 것이 문제였다. 미취학 유치원 아동들이 태권도를 배우면서 성장하는 흥미와 감동을 담아내면 화제성과 시청률에서 ‘재미’를 볼 것이라는 등식은 애당초 위험한 발상이었다.
어린이들을 내세워 지난해 방송된 <날아라 슛돌이-뉴 비기닝>(KBS)도 1~3%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면, 아동을 내세운 <병아리 하이킥>보다는 청소년과 성인 중심의 태권도 예능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미취학 아동과 어린이를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확보할 수 없다. 유소년 야구팀의 이야기를 담은 <내일은 야구왕>(채널A)도 제작진의 노력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태권도 홍보와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태권도 TV 프로그램이 제작·방송되는 것은 두 손 들어 반길 일이다. 하지만 아동과 어린이 중심의 태권도 방송은 방송사를 위해서도, 태권도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국내 태권도 수련층의 약 90%는 10세 전후 어린이들이다. 그들이 일선 태권도장의 핵심 수련층이자 무시할 수 없는 소비자라고 할지라도, 청소년과 성인으로 태권도 수련층을 넓혀나가는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바라건대,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태권도 예능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성인 중심의 이야기를 담아내길 바란다. 기획만 잘하면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