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노동조합은 과거 원장의 인사 전횡과 집행부의 묵인, 방조에 대해 성명서 발표 및 집회, 파업 등 대외투쟁에 나선 바 있다. |
국기원(이사장 전갑길, 원장 이동섭)이 지난 6월 1일 발표한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문제로 조직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국기원은 인사권자인 이동섭 원장의 고유권한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선실세 의혹이 일어나면서 “인사 참사”, “운영 농단”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보도에서 본지는 국기원의 인사문제를 다뤘다. 이 원장이 비서실장, 비서직원, 사무처장을 채용하면서 공개채용을 하지 않고 촉탁직, 인턴직 등으로 특별채용하면서 채용 절차와 방법을 무시해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취지였다.
국기원의 인사문제에 있어서 이를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기구는 바로 노동조합이다.
국기원 노동조합은 2012년 5월 설립됐다. 기존 노사위원회가 있었지만, 어용(御用)노사란 비판속에 국기원 직원 30여명이 가입하면서 노조가 정식 운영되게 됐다.
초대 노조위원장은 현재 국기원 국제전략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나영집 과장이 선출됐으며, 그는 설립 당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직원들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권익을 향상시키고자 설립하게 되었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국기원 노조는 2013년부터 국기원의 문제에 대해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국기원은 2010년 특수법인으로 전환된 초대 집행부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 상태로 특정 정치인을 옹립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이사들에 대해 노조가 전면 비토하고 나서면서 사측을 견제하는 노조의 모습을 보여줬다.
2017년에는 노조가 직접 나서 수뇌부의 비리의혹을 제기하고 직무감사와 비리 연루자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사측과 대립을 이어갔다.
2017년부터 시작된 국기원 집행부와 노조의 갈등은 2019년까지 이어졌고, 2019년 원장이 채용비리로 인해 현직 상태로 구속수감되고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면서 노조의 투쟁은 마무리됐다.
2021년 현재 국기원은 이 원장의 인사 전횡 문제로 내외부의 비난에 직면해있다.
보은성 인사를 위한 각종 위원회 구성부터 상근직 임원 추천, 특별채용까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보여준 국기원 집행부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국기원 노조는 2년전과 지금 180°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이 원장이 특별채용으로 비서실장과 비서, 사무처장을 채용할 때 노조는 인사문제에 대해 합의를 했고, 국기원은 노조와의 합의를 자랑스럽게 밝혔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기원의 운영과 관련한 각종 비위 의혹과 권한남용을 이유로 원장과 이사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노조와 지금의 노조가 비교되는 것은 왜일까?
당시 국기원은 집행부의 뜻에 반하는 직원들을 보복인사 조치하기 시작했다. 연수원이 막 무주 태권도원으로 이전한터라 연수원 발령은 사실상 유배나 다름없었다.
국기원은 일부 직원들을 연수원으로 발령하면서 눈밖에 난 직원들에 대해 인사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나타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직원들간 편을 가르는 행보로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집행부에 대항하는 직원들을 타켓으로 조사를 진행해 업무상의 비위를 이유로 해고 등의 조치도 강행했다.
노조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외부의 조력을 받으면서 정치적 조직으로 확대됐고, 국기원의 운영과 인사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집행부 총사퇴를 주장하다 뜻이 관철되지 않다는 이유로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원장이 6월 1일자로 단행한 조직개편은 내부안이 아닌 외부안이다. 현재 이 조직개편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이 원장의 비선실세로 불리며 인사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기원이 밝힌 특별채용과 관련한 노조와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바로 비선실세로 불리는 인사라는 것.
노조가 현재 묵묵부답으로 이 원장의 인사 전횡을 묵인하는 것 역시 비선실세와 노조의 주축인사들간 인사협의가 진행된 사안이라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노조 주축 인사로 분류되는 이들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대부분 국장직무대행을 맡았다. 이들은 비선실세와 더불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기원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은 바 있는 인물들로 집행부와의 노조의 대립에 중심에 있었다.
지난 2019년 원장이 구속되고 집행부가 거수기 노릇으로 신뢰를 잃을 때 시민단체 및 외부세력과 연대하여 이들을 몰아내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이들과 달리 오히려 체제의 변화와 관계없이 직무를 묵묵히 수행한 인물들은 이번 인사에서 큰 혜택을 보지 못했다. 이 원장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이와 그동안 내외부에서 잦은 충돌을 보여온 것이 인사로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태다.
국기원 내부에서도 이번 이 원장의 인사에 대해 노조가 합의한 까닭이 노조의 주축이 인사에서 혜택을 보는 것으로 이 원장의 인사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는 소위 ‘딜’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태권도계는 이 원장이 비선실세의 뜻(?)에 따라 각종 위원회 구성과 상근임원 추천, 최근 특별채용까지 인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4~5년전과 지금의 인사 행태가 다르지 않지만 노조는 어떠한 반응을 내어놓지 않고 있다. 과거 노조와 함께 전 집행부의 각종 비위 의혹을 주장하며 외부 투쟁을 했던 시민단체에서도 이 원장의 인사 전횡에 노조가 아무런 반응을 내어놓지 않는 것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노조 구성원들은 우선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노조의 운영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으로 비추어지는 것에 따른 불만이다.
한 직원은 “인사문제에 대한 합의는 절차가 있는데 전체에 의한 합의인지 소수에 의한 합의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인사와 조직에 대한 안이 어디서 온건지가 중요하다. 내부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정해 놓고 그냥 가라고 하면 가는게 맞는건지 인사문제에 대해 노조와의 합의 사항을 규정한 것은 이러한 문제 때문인데 지금의 인사는 내부가 아닌 외부의 안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과거의 노조 투쟁은 직원 개개인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동질감이 형성되었다면 지금 노조는 소수의 노조로 새로운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아직 큰 분쟁이나 논란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고 이사회도 큰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어 아직 관망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기원은 2010년 특수법인 전환 이후 낙하산 인사, 불공정 채용, 보복성 인사 등으로 물의를 빚었고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지난 2019년 국기원의 심각한 불공정 행태에 정부가 나서 정관을 개정하고 이사장과 원장의 역할을 분리, 이사들이 선량한 감시자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결과적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투명성과 객관성은 상실된지 오래이며, 권력의 집중에 의한 운영 비리를 막기 위해 견제를 위한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무용이 된지 오래다.
<최진우 기자, cooljinwoo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