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다.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이 태권도 국가대표선수단과 마지막 화상회의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해 일본 내 이동 동선에서 보수적 선택을 당부할 만큼 우리 선수단의 첫 번째 목표는 각 선수가 코트에 오르는 당일까지의 방역대책이다.
이미 여자 –57kg급에서는 칠레의 페르난다 아기레가 대진표 작성 전 확진이 되어 팬암대륙선발전 차순위 코스타리카 선수로 교체되었고, 여자 +67kg급에서는 네달란드의 레시미에 우깅크가 대진표 작성 중 확진 소식이 알려져 교체 선수없이 빠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 아니 5년을 기다린 올림픽 태권도경기는 오는 24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지난 22일 대표자회의와 함께 드디어 대진표가 확정되었다.
우리 대표팀은 여섯 명 출전에 전원 메달 획득, 그리고 2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진표를 분석해보면 여섯 명 전원 메달은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금메달 숫자 2개는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보는 편이 맞다.
게임 체인저 장준, 금메달 가능성 99%
근성의 심재영, 준결승전서 패니팍과 일전에 ‘올인’
도쿄올림픽 태권도경기 첫날 코트에 오르는 장준(왼쪽)과 심재영. |
대회 첫날인 24일, 남자 –58kg급에는 1번 시드를 받은 장준(한국체대)과 여자 –49kg급 5번 시드를 받은 심재영(춘천시청)이 출전한다. 시드는 세계태권도연맹(WT) 7월 올림픽랭킹에 따라 주어진다.
심재영은 원래 4번 시드지만 개최국 일본 선수인 야마다 미유가 4번 시드를 우선 배정받아 5번으로 밀렸다.
객관적 전력으로만 따지면 남자 –58kg급 장준의 금메달 가능성은 99% 이상이다. 2017년 이후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88.6% 이상의 승률을 갖고 있다. 1번 시드로 A조에 속한 장준은 결승까지 무난하게 진출할 전망이다. 결승전 상대로는 B조에 속한 이탈리아의 비토 델랴킬라 혹은 이란의 아르민 하디로프 세이그할리니가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장준에게 조금 더 부담스러운 선수는 비토 델랴킬라다. 장준 역시 가장 부담스러운 선수로 비토 델랴킬라를 꼽았다.
총 세 번 겨뤄 앞선 두 번의 경기는 장준이 이겼지만 가장 최근 경기인 2019년 모스크바그랑프리파이널 결승전서 19대 21로 패했다. 그러나 비토 델랴킬라의 오른 앞발을 봉쇄한다면 객관적 실력으로는 장준이 우세하다.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경기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유력하고, 남자 –58kg급 역대 한국의 첫 올림픽 금메달로 기록된다.
심재영은 준결승전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8강전에서 맞붙을 일본의 미유 야마다 혹은 대만의 수포야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역시 관건은 준결승에서 맞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올림픽랭킹 1위 태국의 패니팍 웅파타니킷이다.
심재영 역시 “중국의 우징유와 한 조가 되어 꺾고, 최종 결승에 올라 패니팍과 붙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객관적 전력으로는 패니팍 웅파타나킷의 우세가 점쳐진다. 2017년과 2018년 두 번의 그랑프리파이널 대결서 패니팍 웅파타나킷이 승리한 바 있다. 두 번의 세계대회 우승과 여섯 번의 그랑프리 타이틀이 증명하듯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이 체급 최고의 강자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심재영 특유의 근성이 이번 올림픽서 120% 발휘된다면 일발 역전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황제 이대훈, 올림픽 마지막 퍼즐은 도쿄서 맞춘다
컨디션 최상 이아름, 대진표 좋고, 몸 좋고...결승 가자!
대회 둘째날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대훈(왼쪽)과 이아름. |
둘째 날인 25일에는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선수단의 가장 아픈 손가락들인 이대훈(대전광역시청)과 이아름(고양시청)이 출전한다.
남자 –68kg급에 출전하는 이대훈은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의 세계선수권 우승, 13번의 그랑프리 타이틀, 두 번의 그랜드슬램 우승, 그리고 아시안게임 3연패까지 이대훈의 기록은 말 그대로 화려하다.
그러나 2012 런던올림픽 2위, 2016 리우올림픽 3위에 오른 이대훈에게 이번 도쿄올림픽 태권도경기 금메달은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퍼즐이다.
관건은 8강으로 전망되는 이란의 미르하셈 호세이니와의 격돌. 당초 미르하셈 호세이니는 시드 1번인 이대훈과 다른 B조에 속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지난달 베이루트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16강전 1회전서 진호준(수원시청)에게 RSC로 패한 후 바로 이어진 베이루트오픈에서 획득한 랭킹포인트 20점이 규정에 따라 7월 랭킹포인트에서 삭감, 같은 조가 되었다.
16강전서 대만의 황위런이 미르하셈 호세이니를 꺾고 올라올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미르하셈 호세이니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선수 특유의 까다로운 플레이에 더해 변칙적인 뒤통수 머리 공격이 부담스럽다. 5번의 경기 중 네 번의 승리를 이대훈이 가져왔지만 가장 최근인 2019년 경기에서는 매번 난타전의 근소한 점수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었다. 더욱이 두 선수 간 나이 차이가 8살에 달해 이대훈으로서는 체력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으로 봤을 때 이대훈이 앞서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대훈이 8강을 통과할 경우 준결승전은 오히려 쉽게 풀릴 대진이 짜여 있다. 따라서 이대훈의 남은 마지막 퍼즐 한 조각, 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첫 관문은 역시 8강전이다.
여자 –57kg급에 출전하는 이아름은 현재 대표팀 선수 중 가장 좋은 몸 상태를 만들었다. 6번 시드를 받아 대진표도 유리하다.
올림픽 3회 연속, 유스올림픽까지 포함하면 4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영국의 제이드 존스와 부담스러운 상대인 중국의 리준주가 반대쪽 조에 편성되어 있다.
이아름의 결승 진출은 8강전서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캐나다의 스카일라 박, 그리고 준결승전이 전망되는 터키의 하티스 쿠브라 일군과의 경기에 달려있다.
스카일라 박과는 전승을, 하티스 쿠브라 일군과의 상대전적에서는 3대 1로 앞서고 있어 몸 상태까지 더하면 이아름의 승리가 유력할 것으로 판단, 결승 진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2018년 아시안게임 이후 이런저런 사건들로 여론의 화살을 받기도 했지만 스스로 반성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걸고 진작에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
모터가 달린 것 같은 왼발 몸통 공격과 주먹 공격, 여기에 중간 높이로 양수겸장을 하는 앞발,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컨디션까지 가세하면 최고의 경기가 기대된다.
“가장 완벽한 경기를 하고 돌아오겠다”며 자신감까지 무장해 금, 은 색깔을 놓고 펼쳐질 결승전에 기대가 모아진다.
3회전의 마법사 인교돈, 마지막 마법 무대 오른다
어차피 흐름은 이다빈, 올림픽 최중량급 첫 금 도전
도쿄올림픽 태권도경기 대미를 장식할 인교돈(왼쪽)과 이다빈. |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셋째 날 경기를 뛰어넘어 대회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남자 +80kg급 인교돈(한국가스공사), 여자 +67kg급 이다빈(서울시청)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자 +80kg급 인교돈은 예상대로 랭킹에 따라 2번 시드를 받았다.
인교돈의 경기 스타일은 ‘3회전의 마법사’라는 별명처럼 긴 탐색전을 거친 일발의 득점이 주특기다. 특히, 경기 초반에는 상대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툭툭 발을 던지며 거미줄처럼 상대를 옭아맨다. 이어 상대 반응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필요한 순간에 상대의 반응을 의도해 득점을 뽑아낸다.
플라이급부터 시작한 선수답게 순발력과 영리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머리까지 다 갖췄다. 특히, 랭킹 1위인 러시아의 블라디슬라브 라린을 상대로 5번의 연패 끝에 지난 2019년 지바그랑프리시리즈 결승전 종료 직전 절묘한 머리 내려차기로 첫 승리를 거둬 도쿄올림픽 금메달의 가능성을 높였다.
대진도 나쁘지 않아 블라디슬라브 라린을 포함한 유력선수들이 상당수 다른 조에 배치되었지만 준결승부터는 금메달 도전에 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준결승 상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쿠바의 라파엘 유니에르 알바 카스틸료가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라파엘 유니에르 알바 카스틸료는 2013년 푸에블라세계선수권 남자 –87kg급 금메달 이후 큰 국제대회 성적은 없지만 2019년 맨체스터세계선수권 남자 +87kg급서 1위에 오르며 요주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맨체스터세계선수권 8강전서 인교돈을 한 차례 꺾은 바 있고, 쿠바 선수 특유의 탄력과 예측불가능성이 잠재하고 있어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인교돈이 결승에 진출하면 상대는 러시아의 블라디슬라브 라린이 될 가능성이 크고, 두 선수 간 금, 은에 메달 색깔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 +67kg급에 출전하는 이다빈 역시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 한 해 경기를 하지 못했지만 2019년까지의 이 체급이 국제대회 추세를 보면 이다빈의 성장세는 눈에 띈다.
애초부터 이 체급 기대주였던 이다빈은 지난 2018년 타오위안그랑프리시리즈 결승전서 이 체급 최고 강자인 랭킹 1위 영국의 비앙카 웍든을 꺾었다.
그림같은 턱 돌리기 머리공격으로 승리한 후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9년 맨체스터세계선수권 우승, 2021년 우시그랜드슬램 결승전서 다시 비앙카 웍든을 꺾고 1위에 올라 도쿄올림픽 금메달의 청신호를 밝혔다.
다른 해외선수들에 비교해 비교적 단신이지만 같은 체급 선수들 중 누구보다 압도적인 스텝과 탄력, 그리고 단단한 몸통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8강전서 터키의 나피아 쿠스를 꺾으면 준결승전서 비앙카 웍든을 만난다. 사실상 결승전이 될 이 경기서 이다빈이 비앙카 웍든을 꺾는다면 한국의 올림픽 여자 최중량급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