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열린 대한태권도협회 이사회에서 2025년도 전국대회 운영방식 개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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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신설 요청은 ‘보류’, 기존 대회 종목 추가는 ‘승인’
-‘대회 다이어트’ 기조 유지, 대회 범람 규제 장치 강구
-KTA, 전국대회 ‘퀄리티 컨트롤’ 어떻게 해나갈지 주목

-각 대학총장기대회, ‘승인대회’에서 ‘인정대회’로 조정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국내에서 태권도 대회가 너무 많이 열린다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대한태권도협회(회장 양진방·KTA)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회 다이어트’  기조를 강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국대회 신설 요청(승인)은 ‘보류’하면서도 기존 대회 종목 추가는 ‘승인’해 주는 엇박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1년 내내 대회로 뒤덮여 있다”는 KTA의 우려와 상반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기존 대회에 종목을 추가하면 대회 일정이 늘어나고, 세부종목 참가자들이 그만큼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회 일정 늘어나고 참가자 증가하는 이유
KT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겨루기 전국대회는 △KTA 주관 10회 12,849명 △17개 시도협회 주관 4회 7,348명 △5개 연맹 주관 16회 13,275명 △기타 단체 주관 7회 4,875명 등 총 37회 38,347명이 참가했다. 또 품새 전국대회는 △KTA 주관 6회 5,755명 △17개 시도협회 주관 5회 1,776명 △5개 연맹 주관 14회 7,644명 △기타 단체 주관 12회 12,821명 등 총 41회 32,871명이 참가했다.

2023년과 비교해 보면, 겨루기는 약 3400명, 품새는 약 8900명 증가했다. 이는 대회 신설보다는 기존 대회에 새 종목을 추가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격파 참가자는 기존 대회에 격파를 추가해 23,000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KTA는 지난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도 전국대회 운영 개편의 건’을 심의사항으로 다루면서 △땅끝배전국태권도시범공연페스티벌(전남태권도협회) △호남대학교총장기태권도대회(호남대)의 신설 요청을 모두 보류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기존 승인 대회에 새 종목을 추가한 요청은 모두 승인했다. 이에 따라 △태권도원배대회 공인품새 복식과 단체전 △중고연맹회장배대회 자유품새와 격파 △대학개인선수권대회 격파 △대학연맹회장기대회 격파, 팀경연, 태권체조 △백석대총장기대회 공인품새, 자유품새 등이 추가로 열리게 됐다.

1월 15일 열린 대한태권도협회 이사회 자료.

#기존 대회 종목 추가 막지 못하는 이유 
KTA가 전국대회 신설 승인 요청은 거부하면서 기존 대회 종목 추가에는 관대한 이유가 뭘까.

1년 전 열린 이사회로 가 보자. 당시 양진방 회장은 “전체적으로 대회가 많아 범람하고 있다. KTA가 승인하지 않는 전국대회도 제재가 불가능해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더 이상 전국대회가 늘어나는 것은 무리다.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회의 질적 하락과 선수 관리 문제, 운영요원 인건비 증가 등을 감안하면, 대회 증가와 종목 신설은 ‘우려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

이날 총회에서 정문용 사무총장도 대회를 주최하는 단체(연맹)와 학교의 사정을 봐주다 보니 대회와 종목 신설 현상이 계속 이어지는 실태를 지적하면서 “큰 틀에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종목 신설을 심사숙고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다수 이사들이 의견과 입장에 따라 기존 대회 종목 신설(추가)의 건은 모두 승인됐다. 시도협회와 연맹,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KTA 이사들과의  이해관계, 그리고 승인을 요청하는 단체의 사정과 요구 등을 제도적으로 막을 만한 규정과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2.28 중고대회 공인품새(개인·복식·단체), 자유품새(개인) △ 여성가족부장관기대회 공인품새(복식 남초부), 여성연맹회장기대회 공인품새(복식), 격파(기술 초등/일반, 위력 일반), 혼성단체전(대학부) △상지대총장배대회 겨루기 종목 △용인대총장기대회 자유품새(복식·단체) △신한대총장기대회 자유품새(복식· 단체) △제주평화기대회 자유품새(개인·복식·단체) 등이 열렸다.

지난해 1월에 열린 KTA 이사회에서 전국대회 종목 신설의 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보태서 올해부터 기존 5개 대회에 여러 세부종목이 추가로 열린다.

#대회 범람 효과적으로 규제할 제도적 장치는?
KTA는 ▷대회 출전 과다로 인한 선수 부상 등 피로도 상승 ▷경비 지출 증가에 따른 팀 운영 어려움 ▷사무처 업무 과중과 전국대회 질적 저하 등을 설명하며, 전국대회의 범람을 막고 대회 운영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회를 신설하는 것 못지 않게 기존 대회에 새 종목을 추가하는 것도 선수들의 부상과 피로도를 높이고 대회 경비를 과다 지출하며, 대회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국내는 1월부터 12월까지 수많은 대회로 뒤덮어 있다. 매주 주말에 대회가 열리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토로하면서 “대회를 못하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무분별하게 열리는 대회를 규제할 수 있는 규칙(내규)을 만들어 따를 수밖에 없도록 조성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과연 대회 신설에는 반대하면서 기존 대회 종목 추가는 승인해주는 현실 속에서 KTA가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을 어떻게 해나갈지 주목된다.

한편 각 대학총장기대회는 기존 승인대회에서 인정대회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총장기대회는 KTA 경기임원을 파견하되 실적 관리는 주최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랭킹포인트는 제외하기로 했다. 또 각 연맹회장기대회만 랭킹포인트를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