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태권도교본, 이송학 집필자 제안
찬반여론 속 회의 거쳐 올 12월 확정할듯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태권도 용어 중 ‘주춤서기’를 ‘바위서기’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기원은 9월 10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2021 태권도 교본 편찬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16년 만에 새롭게 편찬하는 태권도 교본의 영역별 집필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태권도 용어와 기술 개정안을 중심으로 ‘태권도 기술의 유형’을 발제한 이송학 집필자는 “태권도의 여러 용어 중에서 조금 더 바람직한 대안이 있다면 수정·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후배 태권도인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며 ‘주춤서기’를 ‘바위서기’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동양무예의 수련 자세에서 마보자세(馬步姿勢) 또는 기마자세(騎馬姿勢)는 가장 중요한 자세 중 하나”라며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태권도의 경우 기마자세로 했지만 주춤서기로 순화해 초보자에게 가장 먼서 가르치는 자세”라고 말했다.
그가 발표한 용어 개정안 내용을 보면, 순우리말인 ‘주춤’은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움츠리는 모양이어서, ‘주춤’이라는 의미에 따라 ‘행동하는데 주춤한 모양’이 되어버렸다고 기술되어 있다. 두 다리의 견고함과 허리의 유연성을 길러주려면 당당하고 굳건한 서기 자세여야 하는데, ‘주춤’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송학 집필자는 ‘주춤서기’를 ‘바위서기’로 바꾸는 것에 대해 “대학시절부터 주춤서기 용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왔는데, 박종범 연구소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동의했고, 교본을 윤문하는 이창후 박사와 몇 몇 교본 전문위원들도 수긍했다”며 “50년 동안 써 왔던 ‘주춤서기’를 ‘바위서기’로 바꾸는 것이 완벽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위서기’를 대체할만한 대안 용어가 나오지 않으면 12월쯤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종관 사범(태권도교본 전문위원장)은 “용어 표현 측면에서 그 동작의 모형이 나와야 하는데, 바위서기는 동작의 모형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동작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동작을 활용하기 위한 몸 자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춤서기’를 ‘바위서기’로 개정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희대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김재웅 씨는 SNS에서 “주춤서기 쓰임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주춤은 말 그대로 동작이 주춤해지는 동작을 이용해서 손동작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바위처럼 하체가 고정된 동작은 상체에 힘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손동작에 임팩트가 약하게 되어 있다”며 ‘바위서기’로 바꾸는 것을 반대했다.
이 같은 반대 여론에 대해 이송학 집필자는 “대체 용어인 ‘바위서기’는 바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바위처럼 굳건하고 안정된 기운과 기세를 표현한 것이다. 잘못된 ‘주춤서기’ 용어를 과감하게 개정하기 위해 ‘바위서기’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며 “‘바위서기’보다 더 좋은 대체 용어가 있으면 그것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국기원태권도연구소는 집필자와 윤문자, 전문위원들과 몇 차례 회의를 갖고, 교본이 출판되는 올해 안에 ‘주춤서기’ 대체 용어를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몸돌아 옆차기는 뒤돌아 옆차기, 가위차기는 양발 앞차기, 일자차기는 가위차기로 개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