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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8일 서성원 기자가 춘천 의암호에 조성한 비치태권도대회 경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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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원 총재, 비치태권도대회 올림픽 추가 채택 추진
    -‘익스트림’ 가미한 역동성 승부하면 불가능하지 않아
    -해변친화적인 가라테 비치게임 ‘타산지석’ 검토 필요
    -철골구조물 수상경기장 ‘억지 춘향식 비치대회’ 그만

     서성원 기자 / tkdssw@naver.com 

    #WT는 왜 비치태권도대회를 하려고 하나

    2016년 4월 9일, 강원도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세계태권도연맹(WT) 주도로 레깅스에 탱크톱을 입은 여자 선수들과 웃통을 벗고 근육질 몸매의 남자 선수들이 태권도 공인 품새와 기술(응용) 격파를 시연했다.

    2016년, 세계태권도연맹이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비치태권도 경기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무카스

    그렇다면 WT는 왜 경기장 환경과 경기복에 변화를 꾀했을까. 그것은 태권도 대회(경기)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조정원 WF 총재는 2015년 12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WT 집행위원회에서 “태권도가 실내 뿐만 아니라 해변에서 즐기는 비치 종목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2017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제1회 월드비치게임’에 정식종목으로 넣기 위해 비치태권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조 총재의 의지에 따라 경포대해수욕장에서 리허설을 통해 비치태권도대회의 밑그림을 그려보고, 보완해야 할 내용을 점검한 것이다.

    하지만 태권도계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특히 태권도의 본질과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국내 태권도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급기야 성(性) 상품화 논란이 불거지더니 예상한대로 ‘무도(武道)’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성토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WF는 논란이 됐던 여성 선수들의 경기복을 자율로 하는 등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겠다고 하면서도 실험적인 변화를 통해 태권도의 새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기조는 굽히지 않았다.

    #역대 비치태권도대회 개요와 특징

    2017년 5월, 마침내 제1회 세계태권도비치선수권대회가 그리스 로도스 해변에서 열렸다. 21개국에서 3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공인 품새 남녀 개인전과 남녀 단체전 및 남녀 혼성전, 다이내믹 킥 등 총 14개 경기가 열렸다.

    규정에 따라 남자 선수들은 상의를 탈의하거나 민소매 옷을 입고, 여자 선수들은 탱크톱과 민소매, 셔츠를 입고 경기를 했다. 화장과 히잡, 스포츠 선글라스 착용도 가능했다.

    이듬해 2회 대회도 그리스 해변에서 열렸다. 1회 대회와 특이한 것은 없었다. 다만 야외 수영장을 개조해 만든 경기장에서 또 하자 “모래밭에서 하는 게 비치 스포츠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새어 나왔다.

    2018년 2회 비치태권도대회가 그리스 해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WT

    3회 대회는 2019년 이집트 휴양지에서 열렸다. 경기는 해변에 있는 건물의 바닥에 매트를 깔고 했다. 한국이 불참한 가운데 이집트가 18개, 스페인이 1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 후 코로나-19 여파로 비치태권도대회 개최는 잠정 중단됐다.

    제4회 대회는 2023년 8월 18일부터 3일 동안 강원도 춘천에서 열렸다. 4년 만에 열린 이 대회는 춘천이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 의암호에 수상경기장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서 자유품새와 공인품새, 기술격파, 프리스타일 다이나믹 발차기 등 총 4개 부문에서 예선과 결선이 치러졌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여전히 비치태권도대회에 적극 참가하지 않았다. 그리스와 이집트에서 열린 1∼3회 대회는 개최지가 너무 멀고 항공료와 체재비 등 참가 비용이 부담스러워 그럴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 열린 대회조차 반응은 높지 않았다. 특히 한국 여자 선수들이 1명도 참가하지 않은 것은 대회 일정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경기복에 대한 부담과 기피 등 보수적 관념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과제 : 비치태권도대회가 지속 성장하려면

    조정원 총재는 대륙연맹 회장단과 집행위원, 춘천시장 등과 함께 비치태권도경기를 관람했다. 그 후 19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라고 전제하면서 “비치태권도가 2028 로스엔젤레스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추가될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겨루기 일변도의 올림픽 종목에 자유품새 등이 반영된 비치태권도를 추가 종목으로 넣는 복안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이미 올림픽 종목인 태권도에 비치태권도를 추가하는 것은 올림픽 규모와 메달 수 조정 등과 맞물려 굉장히 어려울 수 있지만, 최근 IOC가 추구하고 있는 일련의 정책에 부응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신규 종목으로 스포츠 클라이밍과 스케이드보드, 서핑, 브레이크 댄스 등을 추가한 IOC 기조가 기성 스포츠 종목과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로 변하고 있다”는 한혜진 무카스 기자의 말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현재의 비치태권도대회는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이것을 개선·보완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비치태권도대회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올림픽 종목으로 추가되는 길은 요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치태권도대회의 문제는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1) 경기장 설치와 주변 환경

    비치태권도대회의 가장 큰 논란은 경기장 설치와 주변 환경이다. 통상적으로 비치스포츠는 해변의 모래밭에서 하는 것을 연상하는데, 1회부터 4회까지 비치태권도대회 경기장은 이와 거리가 있다.

    해변과 가까운 곳에서 하긴 했지만 수영장을 개조해 경기장을 만들거나 기존의 건물 바닥에 매트를 깔고 경기를 했다. 이번 춘천에서는 의암호(호수) 물 위에 철골 구조물로 수상경기장을 만들고 그 위에 매트를 깔았다. 그리고 조명과 대형 스크린 등 무대장치를 설치해 밤에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해변과 같은 자연 환경 등 비치태권도와 조화를 이뤄야 할 ‘요소’들을 차단했다.

    이것을 두고 A대 출신의 지도자는 “비치태권도가 아니라 레이크(lake)태권도”라고 지적했고, B대 출신의 대회기획 전문가는 ‘억지 춘향 식 비치태권도대회’라고 꼬집었다.

    그는 “비치스포츠는 해변의 모래 표면에서 경기하도록 적응된 전통적인 필드 스포츠인 반면, 일부는 해변 환경에 적합하도록 발전한 스포츠”라고 규정한 뒤 “물가에 매트 깔아놓고 비치복장을 갖춘다고 비치태권도가 아니다. 비치태권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춘천 비치태권도대회 경기장은 대형 스크린과 조명, 철골 구조물 등 화려한 무대장치로 조성했다. 사진=무카스

    권석무 무카스 기자는 춘천에서 열린 비치태권도대회의 문제를 거침없이 짚었다. 그는 SNS에 올린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바닷가가 아닌 춘천의 강가에서 대회를 개최했다고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공간의 연속성이 없어 서로 단절된 공간에서 그저 물 위에 띄웠다는 조건을 충족시킨 게 아닐지 (…) 비치스포츠는 자연환경과 풍경 그 자체가 프레젠테이션의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무대(경기장)는 대형 스크린과 찰골 구조물로 감싸여 선수들과 자연풍경을 분리시켜 놓는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물론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의 시각에서는 철골 구조물 등 무대설치에 가려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호숫가의 풍광 및 자연 경관과 완전히 단절되고 분리된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주객이 전도되어 대형 스크린과 철골 구조물 등 무대장치가 돋보이는 난센스를 제공했다. 이것은 애당초 조 총재가 지향한 비치태권도대회의 본래 취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차기 비치태권도대회는 춘천처럼 하면 안 된다.

    (2) 경기복 논란 해소하려면?

    앞으로 WT가 비치태권도대회의 순기능을 제대로 살려 나간다면, 경기복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선수들은 경기복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태권도 정체성과 무도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도복에 띠를 매고 경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소매와 탱크톱을 입고 여자 선수들이 경기한다고 해서 ‘성(性) 상품화’라고 제기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것은 해외 토픽(topic)거리도 안 된다.

    그리고 한국 여자 선수들이 민소매와 탱크톱 등 경기복에 부담을 가져 참가를 꺼린다면 어쩔 수 없다. WT는 이런 점을 감안해 경기복에 특별한 규제를 두지 않았지만, 도복을 입고 경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선수들의 성향과 판단에 따라 도복을 입고 경기할 수 있도록 경기복 착용에 대한 홍보를 더 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대회 일정과 비용, 혜택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한국 여자 선수들이 닫혀 있는 마음을 열고 비치 태권도에 참가할 것이다.

    (3) 가라테 비치게임에서 배울 점은?

    2019년 10월, 세계가라테연맹(WKF)은 중동의 해변에서 가라테 비치이벤트(ANOC World Beach Games)를 개최했다.

    바다 맞은편에 관중석을 만들어 놓고, 바다를 배경을 모래밭에 경기장을 만들었다. 선수들이 원활하게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래 표면을 평평하게 다져 놓아 가라테 도복을 입고 형(카타)를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2019년 중동 해변가에서 가라테 비치게임이 열리고 있다. 사진=세계가라테연맹(WKA) 유튜브 채널

    관중석을 제외한 경기장 주변에는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았다. 정방형 경기장에 낮은 펜스와 청·홍 깃발, 전광판 등을 설치하고, 푸른 바다와 작은 배 등 주변 풍경이 잘 어우리도록 경기장 안팎을 꾸몄다. 소박하지만 자연친화적으로 경기장을 조성한 것이다.

    이것을 두고 일부 태권도인들은 “이것이 진정한 비치스포츠”라며 대형 스크린과 철골 구조물이 한 눈에 들어오는 춘천 비치태권도대회를 겨냥했다.

    WKF가 하는 비치게임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하다. 앞으로 WT가 주최하는 비치태권도대회는 해변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나라에서 대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고, 경기장도 철골구조물을 최대한 배제하고 바닷가에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으로 꾸며야 할 것이다.

    특히 경기장 바닥은 ‘매트’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가라테 비치게임처럼 모래 표면을 평평하게 다져 놓고 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해변 환경에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이면서 진일보한 비치태권도대회를 기대한다. 비치태권도대회는 한 여름에 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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