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주최하는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는 ‘실물 격파’를 하면서, 무도 정체성과 직결되는 고단자 심사에서 ‘플라스틱 모조품’을 격파물로 사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송판과 벽돌 등 실물을 격파한다고 해서 무도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국기원이 추구하고 있는 무도 영토 확장 측면에서 보면, 플라스틱 모조품을 버리고 실물 격파를 하는 것이 고단자 심사의 품격과 본질을 찾는데 기본이 될 것이고, 그에 따른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태권도 무도 복원을 주창(主唱)하고 있는 국기원이 여전히 고단자 심사에서 조립식 플라스틱 모조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
2017년 비판 여론이 일자, 당시 국기원 집행부는 내부 회의를 거쳐 실물 격파물을 사용할 것처럼 보였지만, 국기원 내부 문제와 실무진들의 반대 등 여러 이유로 실현하지 못했다.
플라스틱 모조품 대신 송판과 기왓장 등 실물 격파물을 사용하자는 여론에 대해 국기원이 내놓은 해명은 △송판과 기왓장을 사려면 예산이 많이 든다 △실물 격파물은 격파 후 처리하기 힘들다 △플라스틱 모조품에 비해 송판과 기왓장은 강도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실물을 격파하다가 다칠 염려가 있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을 곧이곧대로 풀이하면, 플라스틱 모조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고단자 심사에 소요되는 예산을 줄이고 △반영구적인 플라스틱 모조품을 사용하면 폐기물도 없고 처리 과정에서 예산을 낭비하지 않으며 △격파물 강도의 일관성을 유지해 평가의 논란을 방지하고 △부상을 방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오류와 맹점을 안고 있다.
첫 번째, 국기원은 태권도의 무도성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심사, 특히 고단자 심사는 태권도 무도를 대표하는 하나의 의례인데 예산을 아끼기 위해 플라스틱 모조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 지원 예산을 제외하고 국기원 순수 연간 예산이 150억 원인데, 1년에 4번 그것도 6-7단 응시자들이 얼마나 된다고 예산을 아끼기 위해 송판과 기왓장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두 번째, 송판과 기왓장을 격파한 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폐기물이 나오고 환경·위생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과 같다. 부서진 격파물을 폐기 처리할 때 비용이 좀 들겠지만 그것은 본질과 핵심을 간과한 채 엉뚱한 쪽에서 해답을 찾는 격이다. 실물 격파물을 사용하고 격파 후 폐기 처리할 때 드는 비용은 심사비 안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응심자들에게 공평하게 강도의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플라스틱 모조품을 사용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송판의 재질과 보관 방법, 그리고 기왓장을 굽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강도가 달라질 수 있어 플라스틱 모조품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플라스틱 모조품이야말로 조립식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계속 사용하고 조립하다 보면 조립 틈 사이에 균열과 틈이 생겨 강도의 일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네 번째, 송판과 기왓장을 격파하다가 다칠 수는 있다. 하지만 6∼7단 응심자들의 나이는 3∼40대로 젊고, 태권도를 수련하고 단련하지 않은 일반인도 아닌데 다치면 얼마나 다치겠는가. 남녀 응심자의 차이를 둬야겠지만 송판의 경우 2∼3Cm 두께, 기왓장은 3∼5장 격파한다고 해서 부상을 염려한다면 6∼7단에 응심할 자격이 없다.
그 전에 격파에 대한 이해와 숙지, 반복적인 단련이 필요하다. 또 최중구 박사(상도태권도장 관장)의 제안처럼 국기원이 격파 교육 매뉴얼과 평가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국기원이 주최하는 세계태권도한마당 격파종목에선 송판과 기왓장, 벽돌 등 실물 격파물을 사용하면서 무도 정체성과 직결되는 고단자 심사에서 조립식 플라스틱 모조품을 사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물론 송판과 벽돌 등 실물을 격파한다고 해서 무도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국기원이 추구하고 있는 무도 영토 확장 측면에서 보면, 플라스틱 모조품을 버리고 실물 격파를 하는 것이 고단자 심사의 품격과 본질을 찾는데 기본이 될 것이고, 그에 따른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올해 들어 태권도 무도의 영토 확장을 부르짖으며, 고단자 심사의 품격과 권위를 강조하고 있는 이동섭 원장에게 기대를 건다. 평소 이 원장의 소신과 추진력이면 주위에서 반대한다고 해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실물 격파’를 제도화할 것이다. 그를 믿어보자.